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라며 직접 나섰다.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그동안 정치 중립을 강조하며 대선 현안에 직접적 언급을 자제했던 문 대통령의 과거 행보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 발표된 문장은 문 대통령이 직접 쓴 것”이라며 “윤 후보가 문 대통령을 겨냥한 데 대해 반론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야당 후보를 흠집 내려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준석 대표)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 의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에 대통령이 여권 편을 들었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처럼 비친다”(이종훈 평론가)는 분석도 있다.
다소 불리한 판세를 흔들려는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대선판의 중심은 야당에 있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정국을 달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가 쓸데없이 강성 발언을 해서 궁지에 몰린 쥐에게 기회를 줬다”고 분석했다.
강경하게 맞대응하던 야권은 오후 들어 공세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을 향해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늘 강조해왔다”며 “그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저는 똑같은 생각”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굳이 문 대통령과 확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는 문 대통령보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586세대가 문제라고 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보와 보수 지지층이 본격적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불리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황 평론가는 “전쟁의 기본은 우리 편을 결집시키고 상대를 분열시키는 전략인데 윤 후보가 반대로 가고 있다”며 “민주당에 다시 기회가 왔다”고 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강경 친문은 소수기 때문에 진보층 결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다소 약해졌던 정권심판론이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측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1~2%’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중도층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전범진/임도원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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