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49·사진)를 북미지역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고위 임원으로 영입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를 감지하고 선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10일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리퍼트 전 대사는 다음달부터 삼성전자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데이비드 스틸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맡던 자리다. 리퍼트 전 대사는 최근까지 구글 유튜브에서 아시아·태평양의 대(對)정부 정책 업무를 총괄했다.
삼성이 리퍼트 전 대사를 영입한 것은 미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가 핵심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삼성을 포함한 세계 반도체 기업에 생산과 판매 등 영업기밀 제출을 압박한 데 이어 제재 대상인 중국 기업과의 거래까지 간섭하고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은 2024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국에서 원활한 기업 활동을 하기 위해선 백악관 및 의회와의 원활한 소통 창구가 필요했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삼성으로선 한국 기업을 이해하면서도 워싱턴 정가에 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며 “리퍼트 전 대사만큼 적합한 사람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2005년 당시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보좌관을 지냈다. 2014~2017년 주한 미국대사로 근무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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