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를 언급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란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이라는 면에서 우리 문 대통령과 저는 같은 생각"이라고 했는데요.
대선을 한 달도 안 남겨둔 상황에서 야당 후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례적인 사과 요구를 두고 여야가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라디오에 출연해 "그냥 바로 다음 날 깔끔하게 사과하고 털고 넘어가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 잘 모르겠다"며 "(윤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지 않으면 중도층까지 다 떠나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우 의원은 "사과를 하고 안 하고는 윤 후보 측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폭풍은 그쪽 진영이 더 크게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 의원은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 이후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는데요. 우 의원은 "이번에 이재명 도저히 못 찍는다고 안 돕던 분들이 요즘 계속 연락이 온다"며 "이건 문재인 대통령을 수사하겠다는 얘기이기에 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비록 이재명 후보가 좀 마땅치 않지만 그런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굉장히 많이 연락이 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호남에서도, 친문 성향의 의원,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꽤 많이 '자기가 할 일이 없냐'고 적극적으로 문의해 온 분들이 많이 있었다"며 "친문 부동층과 호남 일부 층이 상당히 위기의식을 느끼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야당은 '정권심판론'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다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러한 우 의원의 주장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청와대가 대선 과정에서 통상적인 이야기에 대고 극대로 하고 발끈하는 걸 보면서 정권심판 여론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본인들이 급발진해놓고는 수습이 안 되니까 야권 대선 후보한테 사과 '해줘'라고 매달리는 이유는 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이 야당 대선 후보에 대해 공개적인 분노를 표출한 초유의 사태마저도 선거 유불리를 계산하는 여야의 모습에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공감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