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핵심은 원자력"…최대 14기 원자로 신설하는 프랑스

입력 2022-02-11 15:25   수정 2022-03-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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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원자력 생산국인 프랑스가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풍력과 태양열 발전 등 기존 재생에너지 만으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하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5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자로가 추가로 프랑스에 들어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겠다'던 취임 공약까지 뒤집으면서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원자력 산업 재탄생 선언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벨포트를 찾아 "2035년 첫 원자로 가동을 시작으로 신규 원자로 6기를 세울 것"이라며 "추가로 원자로 8기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신규 원자로 설립 계획은 최대 14기로 늘어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가 그동안 원했던 원자력 산업이 재탄생하는 순간"이라며 "거대한 원자력 모험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 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취지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삼겠다고 밝힌 그는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면 기존 원자로도 폐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가동 연한이 40년인 기존 원자로 수명을 50년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원자로 6기를 세우기 위해 500억유로를 투입한다. 국영 전력기업 EDF는 기존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2028년부터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 건설 작업을 시작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EDF는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부터 원자력 터빈 구매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을 기존의 10배인 100GW 이상으로 늘리고 풍력발전 단지 50곳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태양열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하지만 이들 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취임 공약도 뒤집고 원자력 승부수
프랑스는 유럽 최대 원자력 생산 국가다. 전체 전력 생산량의 67.2%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로는 56기다. 미국(93기)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인구 대비 원자로수는 최대다. 원자력 산업은 프랑스에서 20만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3대 산업으로 꼽힌다.

1970년대 이후 프랑스 경제의 주축이 된 원자력 산업은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기울기 시작했다. 노후 원자로가 증가하면서 환경 비용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프랑스에서 주요한 정치 이슈가 됐다. 녹색당을 제외한 대다수 정당이 원자력 발전 부활을 공언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당시 원전 의존도를 75%에서 50%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5년 만에 '원자력 르네상스'를 발표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뀠다. 외신들은 그 배경으로 오는 4월 치러질 프랑스 대선을 꼽았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장관으로 근무하던 2014년 마크롱 대통령은 GE가 프랑스 자존심으로 불리던 에너지회사 알스톰을 인수하도록 허용했다. 이 인수합병(M&A) 이후 7년 간 프랑스에서만 수천명이 실직했다. 마크롱 측 보좌관들은 "당시 마크롱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극우 성향의 프랑스 정치인 마린 르펜 등은 이를 '마크롱의 실책'이라며 비판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휩쓴 극심한 에너지난도 영향
유럽 각국이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것도 마크롱의 '원자력 르네상스 선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유럽의 천연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효율은 아직 전력 생산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수준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독일은 올해까지, 벨기에는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유럽연합(EU)은 최근 녹색금융 지원 대상이 되는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비판했다. 니콜라스 네이스 그린피스프랑스 에너지부문 책임자는 "결정을 위한 민주적 토론이 없었다"며 "(대통령 선거) 후보자가 기회주의적 선언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신규 원자로 개발을 선언하는 국가가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중국 인도 등이 정부 차원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원자력 발전시설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세계 19개국에서 52개의 신규 원자로가 건설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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