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서 지난해 도난당한 암호화폐의 가치가 전세계적으로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파이서비스는 블록체인 업체들이 만든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코인을 거래하고, 예금 넣듯 코인을 맡기거나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도 디파이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커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 해킹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
국내도 이런 디파이 도난사고를 피해가기 어렵다. 지난 3일 7845억원의 자산이 예치된 디파이서비스 클레이스왑에서 22억원의 코인이 도난당했다. 클레이스왑 사용자가 요구한 예치·인출이 해커가 지정한 지갑으로 코인이 전송된 것이다.
문제는 디파이 업체들이 갖춘 약관 상당수가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돼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한 서비스 업체의 약관에는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금전적 손실에 대한 책임은 100% 이용자 본인에게 있다”고 적어놨다. 투자 규모가 5500억원에 달하는 한 디파이 서비스는 홈페이지에 약관이 없는 상태다. 해킹이나 코드 결함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조차 업체가 자발적으로 보상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이 부담해야한다는 것이다.
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피해자가 디파이 업체의 과실로 해킹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불공정약관에 대한 공정위의 해석과 디파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령 제정이 추후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파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하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며 “현재 디파이라고 하는 서비스 상당수도 운영하는 업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디파이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디파이 업체들이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는지 기준을 마련하고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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