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비용 전기료에 더 반영된다…전기료 계속 오를 듯

입력 2022-0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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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요금 체계를 '탄소중립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의 확산을 유도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취지지만 값싼 화석연료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신재생에너지 활용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1일 '에너지업계 탄소중립 민·관 교류회'에서 "전력시장 선진화, 탄소중립 친화적 요금체계로의 전환 등 새로운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에너지 시장·제도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문 장관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연료비에 연동되는 현행 전기요금 제도가 시행 2년차를 맞았는데, 탄소중립 시대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산업부가 개선 방향을 검토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도 말한 바 있다.

현행 전기요금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일부 반영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여러 항목 가운데 '기후·환경 요금'은 전력 공기업이 신재생 발전업체에 지급하는 보조금 성격의 비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 등이 반영된다. 작년 기준 기후·환경 요금은 전체 전기요금의 약 5%를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을 이유로 오는 4월 기후·환경 요금을 ㎾h당 5.3원에서 7.3원으로 37.7% 인상할 계획이다.

현행 제도도 국민에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비용 부담을 일부 전가하고 있지만, 신재생 발전 확대를 유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 등 화력발전소의 발전 비용 부담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력시장과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부는 작년 12월 발표한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을 통해서도 개괄적인 전기요금 개편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혁신전략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소혼소 도시가스, 미활용·폐열 등 다양한 저탄소에너지원 활용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및 요금체계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부는 또 제주도에서 작년 9월부터 시행 중인 '주택용 계시별 선택요금제'도 전국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시별 선택요금제는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요금제를 의미한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낮 시간대는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요금을 적용해 소비자의 전기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가 이처럼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기로 밝히면서 전기요금 인상 속도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석탄, LNG 등 발전원료 가격의 급격한 증가를 이유로 올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인상 폭은 4인 가구 기준으로 7.9%에 이른다. 올해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군사적 갈등 등으로 인해 글로벌 연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지 하지 않더라도 요금 인상 압박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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