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과세수가 6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하면서 오차율은 사상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급등과 경기 예측 실패가 이 같은 ‘추계 참사’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발표한 ‘2021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총 국세수입은 344조782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전년 285조5462억원에 비해 58조5320억원(20.5%) 증가했다. 정부가 2020년 말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제시한 세수(282조7425억원)에 비해선 61조3357억원 더 걷혔다. 세수 추계 오차율은 21.7%에 이른다.
초과세수가 6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인 2017~2018년에도 초과세수가 발생했지만 10조원대에 그쳤다. 오차율도 지금보다 한참 낮은 8~9%대였다.
막대한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은 정부의 엉터리 전망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오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집값 급등이 멈출 것이라고 봤지만 지난해에도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관련 세금이 급증했다.
부동산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양도소득세는 당초 16조8857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두 배 이상 많은 36조7072억원이 징수됐다. 아파트값이 뛴 데다 양도세 중과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상속·증여세수는 15조62억원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가 9조999억원 정도를 예상했던 것에 비해 64.9% 더 걷혔다.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부동산 증여가 크게 늘어났고 삼성가 상속세 등이 더 들어온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공시가격과 바로 연동되는 종합부동산세는 1조원 넘게 더 걷힌 6조1302억원이었다. 오차율은 19.9%로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률(19.1%)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관련한 이들 세목의 총 오차액은 26조7442억원에 달했다.
경기 회복 속도를 정부가 가늠하지 못한 것도 세수 오차 폭을 더욱 확대한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성장률 예측 실패가 영향을 줬다. 정부는 작년도 세입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무렵인 2020년 12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작년 경제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제 성장률은 4.0%로 이보다 0.8%포인트 높았다.
이에 따라 경기 흐름을 반영하는 법인세의 초과세수 규모도 컸다. 정부는 법인세수를 당초 53조3054억원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돼 2020년보다 2조원 이상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법인세수는 지난해 70조3963억원이었다. 예상보다 17조909억원이 더 걷혔다.
주식시장도 정부의 예측을 벗어났다. 주식 거래를 할 때마다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는 예측보다 5조1695억원 더 걷힌 10조255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정부의 세수 예측 실패가 재정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세금수입으로 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데도 국채 발행을 하게 되면서 나랏빚이 증가하고, 이자 부담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세금수입을 포함한 총세입은 52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8조7000억원 증가했다. 총세출은 49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산 집행률은 97.6%를 기록했다. 다음 회계연도로 넘어가는 총세계잉여금은 23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반회계 잉여금은 18조원으로, 전년(5조7000억원)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정부가 예상보다 세금을 더 거두긴 했지만 재정적자는 면하지 못했다. 지난해 1~11월 기준 통합재정수지는 22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적자와 국가채무 등은 오는 4월께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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