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새로운 왕"…美서 품질로 벤츠·렉서스 꺾었다

입력 2022-02-11 17:41   수정 2022-02-21 16:10

기아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내구품질조사(VDS)에서 1위에 올랐다. 기아가 이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대중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단독 1위를 기록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현지 언론들은 “기아가 새로운 왕이 됐다”고 평가했다.
포르쉐, 벤츠, 렉서스 꺾은 기아

현대자동차그룹은 JD파워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VDS’에서 14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11일 밝혔다. 2위 뷰익(147점)을 2점 차로 따돌렸다. VDS는 차량을 구입한 지 3년이 지난 고객을 대상으로 184개 항목에 대한 내구품질 만족도를 조사한 뒤 100대당 불만 발생 건수를 수치화하는 방식으로 집계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불만이 적고, 품질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VDS는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와 함께 세계 최고 권위의 품질 조사로 꼽힌다. 이번 VDS는 2018년 7월~2019년 2월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을 대상으로 했다. 32개 브랜드의 139개 모델을 대상으로 △내·외장 △주행 △인포테인먼트 △공조 △편의장치 △시트 △파워트레인 △주행보조시스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현대차는 148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지난해(7위)보다 순위가 네 계단 올랐다. 제네시스(155점)는 고급 브랜드 중 1위, 전체 브랜드 중 4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5위, 렉서스는 6위에 머물렀다. 유럽 브랜드는 포르쉐(7위)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기준 평가에서도 현대차그룹은 147점을 받았다. 2위인 도요타그룹(158점)과 3위 제너럴모터스(GM)그룹(172점)을 크게 따돌렸다. 차종별 평가에서도 현대차 싼타페(중형 SUV) 쏘나타(중형 승용차), 기아 쏘렌토(준대형 SUV)는 각각 각 차급 1위(최우수 품질상)를 기록했다. 모두 9개 차종이 최우수 및 우수 품질상을 받아 그룹 사상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기아의 VDS 1위 소식에 미국 폭스뉴스는 “기아가 새로운 왕”이라고 전했으며,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한국 브랜드가 VDS를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정몽구·정의선의 ‘품질 경영’ 빛났다
업계에서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품질에 대한 집념이 맺은 결실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정 명예회장은 1999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직후 ‘품질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정 회장은 부친의 품질 경영을 한 단계 높인 ‘고객 중심의 품질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품질을 끌어올려 신뢰받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노력에 의해 현대차와 기아의 IQS 순위는 극적으로 뛰어올랐다. 2013년 두 브랜드는 공동 10위에 그쳤지만, 2016년 기아가 처음 1위에 올랐다. 2018년과 2019년엔 현대차그룹 3대 브랜드(제네시스 포함)가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반면 현대차그룹 브랜드는 한동안 VDS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0년에도 제네시스(1위)를 제외한 현대차와 기아는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VDS에서 3개 브랜드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장기 보유 고객에게도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미국 소비자가 JD파워의 조사 결과를 구매 기준으로 활용한다”며 “현대차그룹 브랜드의 미국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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