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블록체인 데이터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암호화폐 도난금액 32억달러 중 72%에 달하는 22억달러가 디파이에서 도난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대비 1330% 증가한 금액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사이트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현재 디파이에 보관된 암호화폐 가치는 820억달러로 추정된다. 디파이에 맡긴 전체 코인 가운데 2.7%가량이 도난당한 셈이다. 지난 6일 디파이인 웜홀에서 3억2200만달러(약 3900억원)어치의 코인이 해킹당했고, 작년 8월엔 폴리네트워크가 6억1000만달러(약 7200억원)를 도난당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도 이런 디파이 도난사고를 피해가기 어렵다. 이달 3일 7845억원의 자산이 예치된 디파이 서비스 클레이스왑에서 22억원어치의 코인이 도난당했다. 클레이스왑 사용자가 요구한 예치·인출이 해커가 지정한 지갑으로 전송된 것이다.
디파이 업체들이 갖춘 약관의 상당수가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돼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체 약관에는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금전적 손실에 대한 책임은 100% 이용자 본인에게 있다’고 적어놨다. 투자 규모가 5500억원에 달하는 한 디파이 서비스 업체는 홈페이지에 약관이 아예 없다. 해킹이나 코드 결함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조차 업체가 자발적으로 보상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피해자는 해킹 등으로 발생한 손해가 디파이 업체 과실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불공정약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과 디파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령 제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파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투자하는 이가 대부분”이라며 “현재 디파이라고 하는 서비스 중 상당수는 운영 업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디파이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디파이 업체들이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는지 기준을 세우고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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