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이 이달 24일 발표하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2.9~3.1%로 대폭 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같은 추정치는 지난해 소비자물가(2.5%)보다 0.4~0.6%포인트 높은 것은 물론 연간 기준으로 2011년(4%)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삼는 한은의 물가 전망은 국내외 기관 가운데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은 물론 가계·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은 작년(2.5%) 수준을 웃돌아 2%중후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 총재 발언 당시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근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근접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물가는 3%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 상승 압력 확산 동향 평가' 보고서에서 "물가가 2% 이상 오른 품목의 수는 올해 1월 239개로 작년 1월(132개)보다 큰 폭으로 불었다"며 "물가 오름세가 이어져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재차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보다 심각해질 경우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경제성장률은 더 내려갈 수 있다. 그만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급등) 우려가 번질 우려도 깊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수입액이 불어나고, 그만큼 무역수지와 성장률을 갉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하면 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려는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4억5200만달러 적자), 올해 1월(48억9000만달러 적자)에 이어 이달 1~10일(35억달러 적자)까지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화당국인 한은은 물가에 더 신경을 쓸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웃도는 반면 물가는 상승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며 "물가를 제어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인상 시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인상이 예상되는 오는 3월 이후로 올 2분기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대선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달은 숨고르기에 나설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