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를 사용경험 단위로 분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나이 성별 지역 등을 기준으로 구분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의 가치관이나 습관 등을 반영해 LG 업(UP) 가전의 기능을 개발하고, ‘씽큐앱’으로 기능도 추천해 줄 방침이다. 환경에 관심 있는 소비자에게는 저전력 모드를 권하는 식이다.
LG UP 가전은 LG전자가 지난달 공개한 가전 콘셉트다. 새로 나온 기능을 기존 가전에 업데이트하는 게 핵심이다.
LG전자는 2020년 UP 가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가전을 마치 스마트폰처럼 업데이트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사적으로 마이크로세그멘테이션(초세분화)이 강조된 지난해엔 각 소비자에게 사용 경험을 최적화해 주는 개념이 더해지면서 UP 가전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었다. LG전자에서 UP 가전을 전담하는 인력만 200여 명에 달한다.
LG전자는 UP 가전 구현을 위해 제품 설계부터 바꿨다. 세탁기 건조기 등 UP 가전 제품의 주요 부품을 모듈형으로 설계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더하기 위해 언제든 새로운 부품으로 바꿔 낄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는 것도 과제였다. LG전자는 2019년 40명 수준이었던 고객 자문단을 꾸준히 늘려 지난해 100명 이상으로 증원했다. “밤에 냉장고를 열었을 때 조명이 너무 눈부시다” “가전제품 알림음이 다 똑같아서 어떤 기기가 끝난 건지 알기 어렵다” 등과 같은 의견이 여기서 나왔다.
야간에는 냉장고 불 밝기를 낮춰주는 기능, 기기별 알림음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된 배경이다. LG전자는 소비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수요를 알아내기 위해 LG 씽큐앱 사용 데이터도 수시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고객 자문단 수도 40명 이상 증원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UP 가전 전략이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 가전을 새것처럼 업그레이드해 주면 소비자의 제품 구매 주기가 길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LG전자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게 단기적인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자신의 생활 패턴에 꼭 맞는 제품을 쓰면 타사 가전으로 바꾸기 어려워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LG 팬’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LG UP 가전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12개다. LG전자는 수년 내 기능 수를 수백 가지로 늘리고, UP 가전 범위도 모든 품목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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