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GSMA는 오는 28일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글로벌 콘텐츠제공기업(CP)에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라고 주장할 예정이다. GSMA는 세계 220여 개국에 걸쳐 통신 사업자 750곳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GSMA는 이르면 이번주에 망 투자 비용 분담 요구를 MWC 안건으로 공식 상정한다. 입장 표명 형식으로 가장 유력한 안은 공청회 방식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논의 초반엔 GSMA 명의로 성명문을 발표하는 안도 거론됐으나 일부 통신사가 CP와의 관계 악화 등 ‘강공’에 따를 수 있는 역풍을 우려했다”며 “각국마다 망 이용료 지급 구조와 정책 등이 들쭉날쭉하기도 해 일단 각국 사정을 듣고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공청회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안이 현실화하면 망 사용료를 두고 세계 각국 통신사들이 공개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각 통신사들은 이번 MWC를 망 사용료 문제를 제기할 기회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MWC엔 통신사업자를 비롯해 각국 정책 책임자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MWC에 참석할 예정이다.
시점상으로도 적기라는 평가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이후 큰 이익을 본 ‘빅테크’에 통신 인프라 비용 부담을 더 내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어서다. 올 들어선 프랑스통신연맹(FFT)이 프랑스 대선 후보자들에게 CP에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부과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 제안문을 보냈다. 작년 말엔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등이 참여하는 유럽 통신네트워크 사업자협회(ETNO)가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 법원의 판결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작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갚을 채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며 제기한 소송 1심 판결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망 사용료 지급 여부를 놓고 CP와 통신사업자가 다퉈 나온 세계 최초 판결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콘텐츠 수요가 늘고, 메타버스·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가 증가하는 것도 이유다. CP들의 트래픽이 갈수록 늘 전망인 만큼 통신사들의 단체행동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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