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복용으로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미국 육상 선수 샤캐리 리처드슨(22)이 러시아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를 저격했다.
샤캐리 리처드슨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발리예바와 내 상황이 대체 뭐가 다른가"라며 "입상이 유력했던 나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었는데 나와 발리예바의 유일한 차이는 내가 젊은 흑인 여성이라는 점"이라는 글을 올렸다.
리처드슨은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에 금지약물을 복용했는데 이제야 세상이 알게 됐다"며 "나는 마리화나 복용 후 일주일 안에 양성 판정이 나왔고, 내 명예와 재능이 학살당했다"고 언급했다.
또 "이게 모두 피부색 때문"이라면서 "어떤 흑인 선수도 발리예바와 같은 상황에서 경기 출전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리처드슨은 지난해 6월 20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86으로 우승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도핑 테스트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됐고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에 선수 자격이 1개월 동안 박탈됐다. 대표 선발전 기록도 취소되면서 도쿄올림픽 출전권도 잃었다.
선발전이 열린 미국 오리건주에서 마리화나 복용은 합법이다. 하지만 미국 도핑방지위원회는 '대회 기간 내 혹은 대회 직전 의료용 마리화나를 복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들어 리처드슨에게 징계를 내렸다.
당시 리처드슨은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처드슨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고, 가정 내 불화를 겪으면서 고교 시절부터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14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한 것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한다"라며 "발리예바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을 허용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에 따라 발리예바는 오늘 열리는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정상적으로 출전한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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