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직장인 김모씨(33)는 요즘 대출금리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지난달 중순 대출을 신청할 때만 해도 기준금리 인상분까지 포함해 연 3.6~3.7%대 수준의 금리를 예상했는데, 막상 대출이 실행된 날 통보받은 금리는 연 3.91%였다. 은행 직원은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3개월마다 대출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상품을 선택한 김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빠르게 오를까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대출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서민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15일 기준 연 3.90~5.78%로 불과 한 달 반 사이 하단은 0.3%포인트, 상단은 0.8%포인트 급등했다.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금리 급등을 주도한 주담대 변동금리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월 1.64%로 전달보다 0.05%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민·우리·농협은행은 16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연 3.42~5.18%로 0.05%포인트 내린다. 지난해 6월 말(연 2.35~4.05%) 이후 7개월여 만에 약 1%포인트 오른 데 비하면 미미한 하락폭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초 은행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줄면서 1월 실제 취급한 정기예금 금리는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대형 은행의 정기예금·은행채 등의 금리를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데, 이 가운데 예금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월 중순 이후 예금 금리와 채권 금리 상승이 반영되면 2월 코픽스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채권 금리다. 더 강해진 인플레이션 공포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지난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7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전날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연 2.79%로 약 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은행채 금리는 코픽스와 함께 가계대출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고스란히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최소 1.5%포인트, 한국은행도 0.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선 정치권이 수십조원 규모의 선거용 돈 풀기를 밀어붙이면서 ‘금리 발작’을 자극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적자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면 그만큼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는 상승한다. 여야는 정부가 책정한 14조원 규모의 추경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35조~100조원을 주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관리 부장은 “우리나라 국채 금리가 다른 나라 국채보다 오버슈팅한 이유가 추경 이슈 때문”이라며 “추경 편성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인데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으로 금리가 지나치게 오르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나친 추경은 국가신용등급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북핵 리스크 등을 안고 있는 한국은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신용등급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신용등급에 타격이 생기면 국채·은행채 가격이 더 떨어져 대출 금리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확인되고 국내 대선이 끝나는 3월까지는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 연간 이자 부담은 총 18조4000억원 증가하고 가구당 이자 부담은 87만6000원 늘어난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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