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도 국내외 반도체산업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 반도체 수출은 108억2000만달러(약 13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 늘었다. 1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역대 1월 중 한국 반도체 수출이 100억달러(약 12조원)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1월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실적이 늘었다. 품목별 전년 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D램 50.8% △시스템 반도체 33.1% △모바일 칩 패키지(MCP) 16.4%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71.7% 늘었다.
가장 증가율이 높은 SSD는 2021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기업용 SSD가 시장을 주도하는 중이다. 차세대 제품 출시 효과도 적지 않다. SSD 컨트롤러 설계와 제조를 대부분 직접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로부터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면서 컨트롤러와 펌웨어 설계 기술을 더욱 강화했다.
SSD의 주요 부품인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기옥시아의 합작공장 원재료 오염사고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웨스턴디지털과 기옥시아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2, 4위 업체다. 양사의 공급 능력은 웨이퍼 50만5000장인데 전 세계 공급 능력의 30%에 해당한다. 이번 생산 차질은 웨이퍼 투입부터 산출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올 4월 전후에 크게 영향을 끼쳐 2분기 공급 부족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당초 올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5~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엔 오히려 가격이 5~10%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덕분에 고객사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컨트롤러 설계 및 생산 역시 과거에 비해 대폭 내재화시켰다.
다운사이클(업황 부진)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았던 D램도 단가가 상승하면서 수출액이 늘었다. 지난해 1~3월 PC용 D램(DDR4 8Gb) 제품의 평균 가격은 3달러였는데 지난 1월 가격은 이보다 높은 3.41달러를 기록하면서 수출액이 증가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옛 페이스북) 등 북미 4대 데이터센터 업체의 서버용 D램 수요가 기존 전망치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선제적인 서버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도 호황이다.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1월 매출은 61억9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8% 증가했다.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비롯해 △3차원 패키징 수요 증가 △차세대 무선인터넷(WiFi) 7 개발에 따른 선단 공정 수요 증가 △암호화폐 채굴 수요 증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1분기 매출도 166억~172억달러(약 19조9000억~20조6000억원)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고객사들이 이전까진 반도체 생산을 맡기지 않던 고성능 프로세서 분야에서도 주문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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