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사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내 증권시장에서 또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계양전기는 245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무팀 직원이 연루된데다 회사측이 뒤늦게 파악했다는 점에서 '제 2의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로도 여겨지고 있다.
계양전기의 주권 매매는 즉시 중단됐고 상장사로서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심사대 위에 오를 예정이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잇단 횡령 사고에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안팎에서는 계양전기의 대규모 횡령 사건에 대해 이사회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계양전기는 단재완 회장 등 오너일가와 측근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상 주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 활동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하는 이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계양전기는 작년 3분기 기준 단재완 회장, 단우영 부회장, 단우준 사장, 임영환 대표를 이사회 사내이사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이모·김모·박모 사외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계양전기 이사회에선 회계 전문가는 박모 사외이사 한명이다. 박 이사는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계양전기 관리 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다. 이후에는 계양전기 최대주주인 해성산업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모 사외이사도 계양전기 기획실 전무 출신이다. 결국 김모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회사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6명이 단재완 회장 오너일가와 측근으로 구성된 셈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한 소송이 벌어지면 대표이사 뿐만 아니라 사내·외 등기이사들도 준법감시의무 해태로 인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무팀 직원이 어떻게 회계감사 시스템을 피해 245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횡령하는 것이 가능했냐는 점에서다.
상법에서는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에 대해선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계양전기가 재무 관리를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횡령을 벌인 재무팀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 245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횡령했는지는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도 자금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술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재무적 문제를 발견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감시감독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사회에서 감시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안팎에서는 외부감사인이 지난해 재무제표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무팀 직원의 매출채권 조작 사실 등이 밝혀지며 횡령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내부에서도 횡령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와 측근으로만 구성된 이사회의 경우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최근 이사회 준법감시 의무도 중요해진 시기인데, 상장사 내부통제 미흡으로 발생하는 횡령 사고는 시장 전반에 신뢰도를 깎아내린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계양전기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이날부터 거래정지를 조치했다. 향후 15영업일(오는 3월10일) 이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 여부가 결정된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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