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美 고용 1위 州의 비밀

입력 2022-02-16 16:42   수정 2022-02-17 00:16

미국 곡창지대인 중부 대평원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네브래스카주는 작년 하반기부터 미 전역을 깜짝 놀라게 할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바로 실업률이다. 네브래스카주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1.7%. 역사상 가장 낮은 실업률이다. 미국 전체 평균이 4.0%인데, 네브래스카주 실업률은 절반 이하다. 최대 고용을 넘어 완전 고용에 가깝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골라서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네브래스카주 실업률이 갑자기 뚝 떨어진 건 아니다. 팬데믹 직후인 2020년 4월 전국 평균 실업률이 14.8%로 치솟았을 때도 네브래스카주 실업률은 7.4%에 그쳤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첫 손에 꼽힌다. 수년 전부터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란 개념이 정착됐다. 규제가 적고 세율이 낮은 배경이다.
네브래스카 1.7% '꿈의 실업률'
경제 매체 CNBC가 작년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50개 주 순위를 매긴 결과 네브래스카주의 친기업 점수는 6위, 경제 환경 점수는 7위였다. 또 다른 매체인 포브스는 네브래스카주를 ‘기업 규제가 적은 주’ 2위로 꼽았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평생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

가급적 규제하지 않는다는 기조는 코로나19 사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유지됐다. 네브래스카주는 엄격한 방역 지침을 하달하는 대신 시민들의 양식을 믿었다. 초기 대량 실업을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도 아니다. 전체 인구가 193만여 명인데 코로나19 사망자는 누적 기준 3830명뿐이다. 사망률이 0.2%로 낮다. 50개 주 가운데 42번째다.

네브래스카주는 작년 9월로 예정됐던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프로그램(주당 300~600달러 추가 지급)도 3개월 앞서 종료했다. ‘실업수당 중독’을 막고 경기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인접한 콜로라도주와 캘리포니아주가 끝까지 연방 실업수당을 고수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작년 1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란 새로운 규제까지 도입했던 콜로라도 실업률은 네브래스카보다 약 세 배 높은 4.8%를 기록했다. 각종 규제 때문에 테슬라 등 기업이 줄줄이 떠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실업률은 더 높다. 1월 기준 6.5%로, 전체 꼴찌다.
저규제·산업 믹스에 세율 인하
네브래스카주의 치우치지 않은 산업 구조 역시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만든 버팀목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곳의 주요 산업은 농업과 식품 가공업이다. 경기 침체 때도 견딜 수 있는 필수 업종이다. 육류 가공 및 포장 공장도 많다. 은행 보험 등 금융 서비스 역시 지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산업이다. 제조업이나 관광업 위주인 주들과는 차이가 있다.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다 보니 인구 유입이 꾸준히 늘면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네브래스카주 인구는 지난 10년간 7.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네브래스카주의 성공적인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피트 리켓 주지사는 지난 14일 주민들에게 “재산세·사회보장세·소득세 등 ‘세금 트리오’를 추가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재산세는 영구적으로 25% 인하하겠다며 주의회와 협의에 나섰다. 세금을 낮춰 인구 유입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포석이다.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달러(IMF 기준)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된 아일랜드의 전략 그대로다.

미국에서 ‘촌동네’로 치부됐던 네브래스카가 가장 살기 좋은 주로 변신하고 있다. ‘일자리 복지’라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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