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국제관계 전문인력 공개 채용에 나섰다. 미중 무역전쟁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고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정치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 플랫폼 '링크드인'(Linked in)에 '상업 정보 분석'(business intelligence analyst)을 담당하는 정규직 간부사원 채용 공고를 냈다. 이들 전문 인력은 미국과 중국, 대만 관계 연구, 정치경제학, 시장 추세 분석 및 보고 등을 담당하게 된다.
자격 요건은 정치·경제 및 국제 관계학 박사 학위 취득자로 수치 분석 등 4년 이상의 관련 경력을 갖춰야 한다. 연봉 수준은 최소한 4000만 대만달러(한화 약 1억7000만 원)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0여 명 넘는 학위 소지자가 응모하는 등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은 TSMC가 밝힌 대만 중부 타이중과 남부 가오슝 공장 신설 외에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약속한 공장 건설 시기, 장소, 제조 공정 등 지역균형을 고려한 채용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이번 채용의 당락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TSMC가 외부에 밝힌 내용보다 미국이나 중국 내 관련 인맥 여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도 글로벌 기업으로 전세계 사업망 구축에 있어 다양한 인재와 접촉해야 한다고 언급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TSMC 측은 "우수한 자료 분석 능력을 갖춘 정치경제 영역 인재를 모집해 시장 연구와 국제관계 관련 분석 등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 같이 기술 인력을 최우선시 하는 파운드리 회사가 국제관계학 박사 채용 공고를 낸 걸 두고 이례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상황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신냉전 체제가 뚜렷해지면서 앞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인텔, SMIC, 현대차, 도요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제관계에 정통한 외교관, 주재원, 박사급 이상의 전문가들을 채용하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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