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코노미 요즘것들의 주식투자] 기업분할은 특정 사업 떼내 독립시키는 걸 말해요…새 회사가 원래 회사의 자회사 되는 게 물적분할이죠

입력 2022-02-21 10:01   수정 2022-03-02 17:27

대선주자들이 물적분할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물적분할한 자회사 상장과 관련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물적분할이 무엇이길래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까지 언급되는 걸까요.

기업분할의 두 가지 방법,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회사의 특정 사업부문을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기업분할’이라고 합니다.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 중 특정 사업부문을 독립적으로 떼어내면서 자본과 부채까지 나누는 거죠. 기업분할 방법에는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 있습니다. 둘 중 어떤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서 회사 분할 후에 기존 주주들이 새로 탄생한 회사에 대해서 갖는 ‘지배력’에 차이가 생깁니다.

주식회사 A가 커피, 빵, 아이스크림 제조의 세 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해볼게요. A회사의 경영진은 커피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회사를 B라고 이름붙여서 떼어내고 빵과 아이스크림만 제조한다고 해봅시다.

이때 A회사와 B회사가 수평관계로 분리되는 것이 ‘인적분할’입니다. A회사 주주들은 A회사와 B회사의 주식을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분할 전 A의 전체 순자산에서 B의 순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한 뒤 그 비율에 따라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나눠주죠.

반대로 A회사와 B회사가 수직관계로 분리되면 ‘물적분할’입니다. B회사를 떼어낼 때 A회사의 100% 자회사로 둡니다. B가 발행하는 모든 주식이 A회사로 귀속되지만 A회사 주주들에게 B회사의 지분을 나눠주지는 않습니다. 물론 A회사가 B회사에 대해 지배력을 갖고 있으니 A회사 주주들은 간접적으로나마 B회사 지분도 갖게 된다고 볼 수 있지만 주주의 손에 새 회사의 주식이 들어오는 인적분할과는 차이가 있죠.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가져온 물적분할 제도 개선 요구
사실 물적분할이든 인적분할이든 A회사의 주주가치와 지배력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 떼어낸 B회사가 상장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B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하면 새로운 주주들이 유입돼 B회사 자본금은 늘어나지만 모회사인 A의 지분율은 줄어듭니다. 기존 A회사 주주들의 지분가치도 희석되고요.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LG화학은 2020년 9월 핵심 사업부인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고 명명하고 지난 1월 말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켰습니다.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개미들이 대부분인데 알짜기업을 떼어서 회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대선주자들은 자회사와 모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지적하며 다양한 제도 개선책을 들고나왔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최근 물적분할한 포스코와 SK이노베이션은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시키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소액주주 유입 늘리는 액면분할
회사를 쪼개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쪼개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존 주식 하나를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을 ‘액면분할’이라고 합니다. 100만원짜리 주식을 5 대 1로 액면분할했다고 하면 주가는 20만원이 되고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는 5배가 됩니다. 기업 가치에는 변함이 없는데 주가는 낮아지고 주식 수는 많아집니다. 주당 가격을 낮췄으니 소액투자자들의 유입이 늘어나겠죠.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주주총회에서 50 대 1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주당 265만원이었던 주가가 5만3000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삼성전자 매수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일까요. 2018년 3월 대비 2020년 5월 삼성전자의 거래대금은 75%, 주주 수는 다섯 배나 늘었어요. 카카오도 작년 4월에 5 대 1로 액면분할을 결정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액면분할이 활발히 이뤄집니다. 애플은 상장 후 벌써 다섯 번의 액면분할 과정을 거쳤습니다. 작년에는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각각 5 대 1, 4 대 1로 액면분할했고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지난 1일 20 대 1의 비율로 주식을 액면분할한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이후 8년 만입니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인데 주당 가격까지 낮아지니 개인 투자자들은 이 종목들을 더 매수할 겁니다. 그래서 액면분할은 주당 가격이 비싼 우량주 주가에 호재로 작용합니다.

한경제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LG화학 소액주주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반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2. 기업의 물적분할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을까.

3. 액면분할이 주주들에게 유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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