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슘페터의 성장과 창조적 파괴
기업가의 중요한 역할은 시장에서 일등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위험한 도박에 승부수를 두는 것이다. 이때 빠른 판단과 신기술은 운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혁신경쟁에서 높은 생산성을 구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에 따르면 이렇게 획득한 독점권력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의 혁신이 기존의 열등한 기술을 파괴하며 시장을 지배하지만, 동시에 경쟁자들이 혁신을 받아들여 자신을 뛰어넘을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기업들의 쫓고 쫓기는 게임은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즉, 독점권력은 혁신과 성장을 부추기지만, 이렇게 획득한 지배력은 일시적이며 경쟁자들이 자신과 비슷해지거나 보다 우월해지면 독점력은 소멸한다. 하지만 슘페터의 주장과 달리 현실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언제나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더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한 목표로 혁신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여기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이에크 vs 조지오웰
경제학자는 아니었지만 뛰어난 사상가였던 조지 오웰은 하이에크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그가 자유시장경제의 경쟁을 지나치게 장밋빛 풍경으로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에서 승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외부효과와 규모의 경제 그리고 어렵지 않게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에크와 오웰은 전제가 충족됐는지 판단하는 데 있어 큰 차이를 보였다. 오웰은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아 자유 자본주의는 독점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오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등장했다. 소수의 기업이 하이에크가 주장한 유익한 경쟁 없이도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유와 철도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합병 등을 통해 경쟁자들이 감히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진입비용을 높여 전체 생산망을 통제했다. 오웰은 기업들이 시장 안에서 경쟁을 벌이기보다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지배 기업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일단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나면 승자는 더 이상 그 시장 안에서 경쟁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시장지배
이러한 모습은 한 세기가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급격하게 진행된 기술 발전은 슘페터의 이론보다 조지 오웰이 지적한 모습에 가깝도록 만들었다. 즉, 기술 발전이 생산성의 비약적인 향상을 견인하는 동시에 영구적인 해자를 구축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01.21315728.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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