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8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현대자동차 KB금융지주 등의 작년 순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하지만 순이익의 대부분은 정부에 법인세 등으로 귀속될 예정이다. 법인세 납부액은 3조원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2021회계연도 당기순이익(법인세 납부 후 기준)으로 7조8638억원을 거뒀다. 2020년(7조3658억원)에 비해 6.7% 늘어난 것은 물론 1950년 한은이 출범한 이후 최대 실적이다. 한은의 순이익은 2019년 5조3131억원을 기록한 직후 2020년 7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에는 8조원에 근접했다.
한은의 작년 순이익은 삼성전자(39조9075억원) SK하이닉스(9조6162억원)보다는 작지만 포스코(7조1960억원) 현대자동차(5조6931억원) KB금융지주(4조3844억원) 수준을 웃돈다.
한은의 수익(매출)은 대부분 외화자산 운용에서 생긴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원화 자금을 바탕으로 달러와 엔화, 유로화 등을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쌓는다. 외환보유액으로 미국 국채 등을 사들이거나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맡겨 수익을 올린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4631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4.5%(200억달러) 불었다.
작년 미 국채 등 글로벌 채권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하면서 한은의 운용 수익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이 뜀박질하는 해외 채권을 팔아 이익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치솟은 글로벌 주식 일부를 매각해 이익을 거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이 상당한 실적을 냈지만 이익의 대부분은 정부 국고로 환수된다. 올해 한은 직원의 임금인상률은 0.9%로 여타 금융공기업(5% 안팎) 수준도 밑돈다.
한은의 2021년 법인세 비용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의 법인세는 2019년 2조441억원, 2020년 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는 3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3년 새 8조원가량의 법인세를 낸 것이다. 한은은 순이익의 상당수를 정부에 낸다. 한은법에 따라 한은은 당기순이익의 약 31~32%만 내부에 적립할 수 있고 나머지 70%에 육박하는 돈은 정부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인세까지 포함하면 한은은 정부에 8조원 이상을 내게 된다.
한은 임금은 기획재정부가 결정하는 데다, 한은 이익의 대부분은 정부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임금에 최근 한은 2030세대 지원들을 중심으로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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