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행진' 한투 中공모주펀드, 결국 채권형 전환

입력 2022-02-18 15:33   수정 2022-02-18 23:46

열흘 만에 완판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커촹반 공모주 펀드가 1년 반 만에 채권형으로 전환된다. 앤트그룹 등의 기업공개(IPO) 연기로 자금이 줄곧 빠져나가 현지 IPO 참여 가능 요건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펀드의 인기로 출시된 2호펀드 역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18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한국투자중국공모주펀드는 이날부터 국내 채권형펀드로 전환된다. 원래 이 펀드는 중국의 나스닥이라 불리는 커촹반 시장에서 IPO가 진행되면 직접 수요예측에 참여해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이 펀드가 추종하는 모펀드의 설정액이 150억원에 미달하면서 현지 IPO 수요예측 참여 요건을 못 맞추게 됐다. 2년 만기인 이 펀드는 오는 8월 25일까지 채권형 펀드로 운용되고, 만기 때 청산 후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이 펀드는 2020년 9월 출시 당시만 해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앤트그룹 등 굵직한 IPO가 예정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현지 IPO에 직접 참여하는 펀드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집액 500억원을 열흘 만에 달성해 가입을 닫았고, 한 달 만인 2020년 10월 2호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2호펀드 역시 1호펀드 인기에 힘입어 6일 만에 650억원이 모두 모여 판매 종료됐다.

분위기가 바뀐 건 이른바 ‘마윈 사태’ 이후다. 2020년 10월 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뒤로 기술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됐다. IPO 대어로 꼽혔던 앤트그룹을 시작으로 굵직한 IPO가 철회되기 시작했다. 중국 공모주 시장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건 2호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2호펀드는 설정액이 220억원을 기록 중이어서 70억원이 추가로 유출되면 채권형으로 전환된다.

한투운용은 1호펀드에 대해 보호예수 확약으로 당장 매도할 수 없는 6개 종목(펀드 내 비중 0.15%)을 제외하고 보유 중인 128억원 규모의 공모주를 이달 말까지 매도할 예정이다. 주식 매도 자금은 국내로 회수해 국공채 위주로 포트폴리오로 다시 설계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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