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에서 해마다 흑자를 내는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직전 정부 시절 10조~30조원 선이던 적자가 연간 100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그만큼의 빚을 지지 않고는 나라살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작년에는 집값이 폭등해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이 61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그런데도 적자액이 100조원대로 치솟은 것은 정부 씀씀이가 얼마나 헤픈지 보여주는 뚜렷한 방증이다.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빚을 내다보니 국가부채비율도 급등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 17개 비(非)기축통화국의 2020~2026년 국가부채비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증가폭이 18.8%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국가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정부의 거듭된 자랑과는 정반대다.
방만재정이 저금리와 맞물리다 보니 지난 한 해 시중유동성 증가액도 413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증가율은 12.9%로,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추고 양적완화로 거의 매달 1200억달러씩 공급한 미국과 공동 1위다. 브라질(10.9%) 스웨덴(9.5%) 멕시코(7.6%) 러시아(6.7%)는 물론이고, 기축통화국인 유로존(7.0%)마저 압도했다. ‘나랏돈을 흥청망청 썼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은 부채비율이 200%대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도 우리보다 훨씬 높다는 게 정부 주장이지만, 이런 나라들은 기축·준기축 통화국이다. 급하면 돈을 찍어 위기를 진압할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처절하게 경험한 것처럼 한국 원화는 신뢰가 저하되는 순간 거센 외부공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국회는 신용추락을 초래할 ‘퍼주기 추경’ 문제로 연일 기싸움이다. 한국은 브라질 러시아처럼 팔아서 국고를 채울 자원도, 프랑스 영국처럼 제국 시절에 확보해 유사시 팔 수 있는 해외 영토나 문화재도 없다. 오로지 국민이 내는 세금과 국채 발행(빚)으로 나라 금고를 채워야 한다. 냉정한 현실을 망각하고 유동성 파티를 즐기다가는 치명적인 인플레이션과 빚의 늪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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