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2005년 1월 3일, 배출권 가격은 톤당 8.37유로로 개장한 이후로 최근 들어선 톤당 100유로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우려가 최고조로 달했던 이달 4일에는 톤당 96.43유로로 시세를 분출했습니다. 이는 무려 1052.1%에 달하는 수익률입니다.
이같은 배출권 가격급등에는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탄소배출권에 대한 공급축소와 수요증가에 기인합니다.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 유럽지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조정과 유럽지역의 천연가스 가격상승, 시장안정화 조치, 유럽지역의 경기회복 요인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작년 7월 14일, 2030년까지 EU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피트 포 55'(Fit for 55)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당초 감축 목표 40%에서 15%포인트(p)증가한 셈입니다. 수급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이행기간이 경과할수록 할당량의 축소로 탄소배출권 공급을 줄이겠다는 내용으로 해석됩니다.
러시아는 작년 하반기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에 대한 우려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이 여파로 작년 유럽지역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사태 초래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점(2020년 6월 25일의 열량단위(MMBtu)당 1482달러) 대비 작년 10월 5일에는 6.312달러로 325.9% 상승했습니다.
유럽 탄소배출권시장도 강세장을 연출했습니다.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했던 2020년 3월 18일 톤당 15.71유로를 형성한 이후 올 2월 4일에는 톤당 96.43유로로 513.8%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유럽지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상향조정 후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전력회사들의 연료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탄소배출권 수요를 촉발했고 그 결과 배출권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겁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정책과 제도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시장으로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의 경우 2008년 경기침체 이후 글로벌 탄소배출권이 유럽시장으로 대량 유입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고 배출권 가격은 2013년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지속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EU집행위는 2014년부터 2016년간 경매 예정인 9억톤의 경매 연기(Back-Loading) 조치를 발동하는 등 시장안정화 조치(MSR·Market Stability Reserve)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MSR제도는 시장에 유통 중인 수량이 8억3300만 배출권(EUA)을 초과해 과잉 공급된 경우, 경매 수량을 유통 배출권 수량의 24%(2019~2023년)만큼 줄여 배출권 공급하고 반대로 유통 중인 배출권 수량이 4억 EUA 미만인 경우는 경매 수량을 1억 EUA 만큼 증가시켜 배출권 공급을 늘리도록 설계됐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헤지 차원에서 실물자산의 매수세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투자자산은 에너지 상품들로 이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자산은 탄소배출권입니다. 따라서 탄소배출권시장 투자에 앞서 배출권 제도와 정책에 대한 이해와 에너지 시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태선 NAMU EnR 대표이사 | Carbon Market Anal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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