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다세대·연립주택)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서울 빌라 거래량은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아파트 거래량을 넘어섰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빌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옮겨 간 데다 재개발 기대에 따른 투자 수요까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빌라는 아파트만큼 사고팔기 쉽지 않은 만큼 거래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가 정한 일정 시점 이후 취득한 빌라는 재개발 후 신규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반면 아파트 매매 거래(4만9751건) 비중은 39.2%에 그치며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주택 시장에선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보다 두세 배 많은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출과 세금 규제 강화 등 여파로 아파트 거래 시장은 ‘거래절벽’ 현상이 빚어지는 데 비해 빌라 거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2020년 7월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여파로 저렴한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빌라 평균 매매가격은 작년 7월(3억4926만원)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한 뒤 10월 3억5038만원, 올해 1월 3억5304만원 등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11억5172만원, 올 1월 기준)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작년 4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노후 주거지의 재개발 기대가 커진 것도 빌라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작년 서울 자치구별 빌라 매매 비중은 은평구가 6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강북구(69.2%), 광진구(63%), 강서구(62.4%) 등 순이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공 정비사업이나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는 동네가 많은 곳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올해도 빌라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달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공공 및 민간 재개발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더 큰 리스크는 현금청산 가능성이다. 현금청산은 개발 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일정 시점(권리 산정 기준일) 이후 주택을 취득한 경우 신규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는 것이다. 대신 새 아파트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재개발 전 주택 감정평가액을 돌려받게 된다.
입주권 제한 시점은 제각각이다. 공공재개발 사업의 경우 1차 후보지는 2020년 9월 21일, 2차 후보지는 작년 12월 30일이다. 지난해 말 선정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1차 후보지는 작년 9월 23일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지의 경우 작년 6월 29일 이후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은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1차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공모 탈락 지역과 추후 공모 참여 지역의 권리 산정 기준일을 지난달 28일로 지정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서울 전 지역이 현금청산 위험에 노출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다만 공모 탈락 지역은 권리 산정 기준일이 2023년 말까지만 적용돼 이후엔 입주권을 받는 게 가능해진다. 또 권리 산정 기준일 전에 빌라를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현금청산 대상자가 많은 지역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에서 탈락할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신축 빌라가 가장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은 지 10년 이상 됐고 500m 이내에 지하철역이 있는 역세권 빌라를 1차 투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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