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인 이미 세계 1위입니다. 전세계 반도체 기업과 고객사들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SK하이닉스의 임원은 이처럼 말했다. 아직 메모리반도체 가운데 D램 시장에선 2위,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3위인지만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반도체 매출이 전분기보다 6% 감소한 가운데 SK하이닉스만 나홀로 성장했다.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하게 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사실상 2위로 올라섰다.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42.3%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다만 매출이 3분기 대비 9.4% 감소하면서 점유율도 전분기(44.0%)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2위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점유율이 27.2%에서 29.7%로 2.5%포인트 상승했다. 3위인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이 기간 22.9%에서 22.3%로 0.6%포인트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이같은 성장은 D램 사업에서 PC, 서버 제품 등 응용 분야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수익성 확보에 집중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DDR5 등 고부가 가치 제품에서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매출을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인 PIM(Processing-In-Memory)도 개발했다. PIM은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AI(인공지능)와 빅 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처리속도를 올려주는 차세대 기술이다.
경쟁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기옥시아가 함께 운영하는 낸드플래시 공장이 원재료 오염 문제로 가동을 멈춘 것도 SK하이닉스엔 호재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옥시아와 합작해 설립한 일본 요카이치·기타카미 생산시설 두 곳에서 낸드플래시 원재료 오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소 6.5EB(엑사바이트: 1엑사바이트=약 10억GB) 규모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번 생산 중단에 따른 공급 차질로 낸드플래시 가격 전망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당초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의 5~10% 하락을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생산 감소를 계기로 오히려 5~10% 상승할 것으로 전망을 조정했다.
증권업계에선 경쟁사 중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로 생산능력이 커지는 만큼 웨스턴디지털과 기옥시아의 기존 물량 일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 13만1500원으로 올해 초 12만5500원보다 4.7% 가량 올랐다.
KB증권은 이에따라 최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12개월 목표주가를 17만원으로 6.3% 상향하고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낸드(NAND)는 웨스턴디지털과 기옥시아의 공급차질 영향으로 2분기부터 가격 상승 전환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D램은 서버, PC, 모바일 등 고객사 메모리 재고 감소 영향으로 2분기 가격 하락 폭이 크게 둔화되며 3분기부터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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