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을 받을 때 재직증명서나 4대보험 납부 확인서, 주민등록등본 등 필요 서류를 직접 챙겨 은행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지 오래다. 거의 모든 금융사들이 앱을 통해 한도 조회부터 대출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비대면 신용대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 수요자들도 간편하게 모바일을 통해 돈을 빌리고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는 한동안 비대면 바람의 ‘무풍지대’로 남아있었다. 대출의 특성상 금융 소비자들이 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먼저 주담대는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보다 액수가 크고 과정이 복잡하다. 이 때문에 은행 영업점 직원들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데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 주택자금 마련 목적의 주담대 실행 과정에선 소유권 이전이나 근저당권 설정 같은 등기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비대면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미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금융사 중에서도 생활안정자금 마련이나 대환 대출(대출 갈아타기) 목적 주담대만 취급할 뿐, 아파트 구입 목적 주담대는 아직 선보이지 못한 곳도 많다.
최근 들어선 주담대에서도 비대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7월 ‘우리WON주택대출’ 상품을 선보이며 ‘모바일 주담대 시대’ 시대를 열었다. 우리은행과 협약을 맺은 법무대리인들을 통해 등기 절차를 해결하는 식으로 고객 입장에서의 100% 비대면 절차를 구현했다. 담보주택이 부부 공동명의라도 비대면으로 주담대 신청이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22일부터 비대면 주담대를 팔기 시작했다. 일반 금융사 앱에서 쓰는 ‘페이지 전환형’이 아닌 챗봇 기반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은행 창구에서 직원과 상담을 하듯이 챗봇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대출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백희정 카뱅 주담대 서비스셀 팀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면의 가치를 비대면화하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사람 냄새’를 주기 위해 대화형 프로세스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들은 카뱅이 유관기관을 통해 직접 확인하거나 아니면 고객이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된다.
하지만 아직 한계점도 있다. 카뱅 주담대는 KB시세 기준 9억원 이하의 수도권 아파트로만 한정된다. 우리WON대출은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도 가능하지만 ‘KB시세가 확인되는’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주담대 과정에서 시세 평가가 매우 중요한데, 아파트와 달리 빌라나 단독주택 등은 담보가치 평가가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평가다.
카뱅은 조만간 담보물 대상을 다세대, 다가구 주택 등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업체 중 비대면으로 시세를 확인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런 프로세스를 접목하면 주택 담보물 대상 확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획이다.
송호근 카뱅 주담대 스튜디오 팀장은 이른바 ‘비대면 주담대 회의론’에 대해 “비대면 신용대출을 처음 오픈한 2017년이나 2018년 비대면 전세대출을 선보였을 때도 비슷한 걱정이 있었다”며 “앞으로 (주담대도) 점점 비대면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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