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11월 ‘요소수 대란’으로 한바탕 난리를 쳤는데, 이제는 기름값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트럭 운행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21일 서울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화물차주 김모씨(53)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대형 트럭을 운행하는 화물차주들은 대부분 김씨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중국 외 다양한 국가에서 요소수를 수입하면서 요소수 가격은 작년 11월 최정점에 비해서는 낮아졌다. 하지만 원재료인 석탄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여전히 두 배 비싼 상황이다. 여기에 기름값 상승까지 겹쳐 비용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차주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1560.65원이다. 이달 둘째주 평균 1511.17원에서 셋째주 1540.18원으로 올랐고, 이후 계속 상승세다.
이날 서울 시내 경유 가격은 평균 1636.28원으로 이달 중 최고가를 찍었다. 25t짜리 화물차를 보유한 이모씨(44)는 “2020년엔 매출의 30%를 기름값으로 썼는데, 지난달엔 한 달 매출 1300만원에서 기름값으로 600만원 이상 사용했다”며 “2020년과 비교하면 한 달에 최대 300만원 정도가 더 나가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폭등한 요소수 가격도 화물차주들에겐 큰 부담 요인이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서울 시내 요소수 가격은 L당 1700~3000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10월 요소수 대란이 발생했을 당시 최고점(1만원)보다는 크게 낮아진 가격이지만 작년 평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정도 비싸다는 게 화물차주들의 얘기다.
이 같은 화물차주의 운영비 증가분은 아직까진 운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름값 등이 여기서 더 오르면 운임에 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물류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25t 화물차의 운임비는 전북 군산에서 서울까지 편도 240㎞ 기준 4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물류수단으로 화물차를 주로 이용하는 시멘트 등 업종 기업들의 경우 안전운임제라는 구조적 요인이 최근 수년간 물류비에 부담을 끼쳐왔다. 안전운임제는 정부가 차주의 보험료와 화물차 구입비, 유가 등을 고려해 최저 운임을 설정하는 제도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원가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해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 시멘트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물류비가 1000억원가량 증가했는데, 더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