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42)는 3년여 전 서울 을지로 인쇄거리에 술집을 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힙지로’에서 가게들이 하나둘 간판을 내린 와중에 그는 SNS를 통해 영업을 펴고, 오마카세 메뉴 등을 내놓으며 그나마 잘 버틴 축에 속한다. 김씨는 “2년여간 직장인 손님은 거의 끊겼지만, 그나마 버텼다”며 “코로나가 물러가더라도 2억원 이상 빚이 불었는데 어떻게 갚을지 막막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도 상환유예 종료 시 연쇄 부실 우려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회사에 원금 또는 이자를 갚지 못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19%로, 일반 가계 대출 연체율(0.17%)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는 금융회사들이 원금 상환과 이자 납입을 유예해준 대출(금액 기준 총 168조3107억원)을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선을 앞두고 ‘대출 유예 조치를 연장하고 더욱 강력한 보상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선 이후 곧바로 지방선거(6월)가 예정돼 있어 자영업 부채 문제는 당분간 ‘정치 이슈’로 꼬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영업 부실 문제는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늘 아픈 손가락”이라며 “단순한 금융 부실 차원의 문제를 넘어 중산·서민층 일자리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살아나 자영업자들의 부실 문제가 연착륙되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솔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 및 기업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집계되지 않는 사인(私人) 간 대출도 적지 않아 자영업자 문제가 향후 서민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충격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영업자 대출 중 일반인이 받아 간 사업자 대출도 적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을 강하게 규제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사업자 대출이 늘어난 ‘풍선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업자로 등록한 뒤 부동산 구매 등의 용도로 개인이 ‘꼼수대출’을 낸 사례가 많았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올해부터 가계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합 심사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는 다시 한 번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환유예 조치 종료 시점에서 부실 채권이 얼마나 발생할지,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어떤 파급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선 공약인 자영업자 ‘100% 손실보장’ 등을 보면 대선 이후에도 부채 문제를 수건돌리기 하듯 해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시화된 위험이 있음에도 선거와 오미크론 재확산 국면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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