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만기연장 종료해도 당장 충격 없다"는 은행

입력 2022-02-21 17:33   수정 2022-02-22 01:25

은행들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가 종료되더라도 큰 부실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부실화 가능성을 내다보고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는 이유에서다.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를 연장한 금액(중복 포함)은 157조3800억원, 건수로는 65만7405건이다. 건당 2억3939만원의 대출 만기가 연장됐다. 원금 상환을 미룬 자영업자·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조3044억원, 건수는 2만7052건이다. 건당 3억4394만원 수준이다.

이 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이자 상환을 유예한 경우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당장 번 돈으로 이자도 내기 어렵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상환을 유예해준 이자 금액은 842억원, 총 6617건(건당 1300만원)으로 여기에 연 3%대 금리를 적용하면 대출 원금은 1조573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자 상환 유예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설령 모두 부실화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임필규 KB금융 리스크관리총괄 부사장은 지난 8일 실적발표회에서 “원금·이자 상환유예 금액은 8600억원으로 차주가 정상 상환하겠다는 금액이 3700억원”이라며 “나머지 5000억원은 차주들의 상환 능력과 담보 비율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은행)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우려하는 건 금리 추가 상승 여부다. 차주의 자금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리가 올라가면 경기가 후퇴하고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 부실이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는 건 은행에만 한정된 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의 ‘뇌관’은 다중채무자가 많은 2금융권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준 금액은 총 1조5340억원 규모다. 한 신용카드사 대표는 “만기 연장이 종료되면 다중채무자의 경우 먼저 대출을 회수해야 부실 채권을 떠안지 않기 때문에 회사 간에 극도의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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