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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는 폐기된 전기·전자제품을 처리하는 전자폐기물(E-waste) 회사로, 지난해 매출은 4140억원이다.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싱가포르 등 21개국에서 43개 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고객사로 뒀다.
거래의 물꼬는 SK에코플랜트가 텄다. 1년 전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과 지주사인 SK㈜ 관계자들이 테스 경영진을 찾아 설득에 나섰다. 테스 최대주주인 나비스캐피털은 경영권 매각을 포함해 나스닥에 상장시킨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 등을 두고 투자금 회수에 고민하던 때였다. SK는 친환경 분야 M&A 성과를 강조함과 동시에 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을 내세워 시너지 효과를 설득했다. 이에 나비스캐피털이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투자 열풍을 타고 테스의 기업가치가 2조원까지 치솟았다”며 “하지만 나비스캐피털도 스팩 상장 등의 번거로움 없이 바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시너지효과도 큰 SK에코플랜트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의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통한 순환경제 실현을 비전으로 세우고 여러 신사업 진출 방안을 검토하면서 전자폐기물 시장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주목했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20년 약 500억달러(약 60조원)이던 시장 규모가 2028년 약 1440억달러(약 170조원)로 세 배 가까이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M&A로 수거·운반부터 정보폐기, 재활용·재사용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갖추는 데 들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국내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환경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에만 여섯 곳의 환경기업을 인수하며 △국내 수처리·사업폐기물 1위 △의료폐기물 2위 △폐기물 3위 등의 지위에 올랐다.
박 사장은 “테스 인수로 소각·매립 등 기존의 폐기물사업 영역을 넘어 폐기물 제로화를 실현하는 리사이클링 영역까지 확장했다”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전자폐기물 시장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차준호/신연수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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