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는 21일 택배노조가 점거 중인 서울 세종대로 CJ대한통운 본사 앞을 방문해 “택배노조는 즉시 불법 집회를 멈추고 국민께 사죄하라”며 “경찰도 법에 따라 엄정히 대처해 우리가 다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CJ대한통운 소속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현재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밀린 배송을 처리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다른 택배사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을 잇따라 방문해 비노조택배기사연합의 요구가 담긴 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서에는 △택배노조 불법파업 엄중 처벌 △개인 사업자의 노동시간 제한 철폐 △택배법 제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등이 주장하고 있는 택배법은 택배업의 필수공익사업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업종은 파업하더라도 핵심 업무를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필수인력을 남겨야 한다. 이들은 지난 19일 같은 내용의 제안서를 국민의힘에 전달했다.
CJ대한통운은 21일 “불법 점거한 본사 건물 내에서 노조원들이 집단으로 마스크 없이 흡연과 음주를 하고 있다”며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주변 상인도 택배노조의 농성으로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농성 현장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노조원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가게를 어지럽힌다”며 “깨끗이 이용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가게를) 망쳐놓겠다는 협박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사측으로부터 본사 점거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15일 택배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8명에게 25일까지 1차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경찰은 택배노조 쟁의 행위의 불법 여부에 대해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 인정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택배노조는 21일 오후 2시부터 1시간30분가량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의 유세 차량을 이용해 선거운동 형식으로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었다.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이 집회에는 전국 각지의 노조원 2000여 명이 참석했다. 현행 방역 지침상 집회 인원은 최대 299명이지만 선거운동에는 인원 제한이 없다.
한편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을 일부 해제하기로 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오늘부로 본사 3층 점거 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1층 로비 점거 농성은 지속할 예정이다. 택배노조는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CJ대한통운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작년 12월 28일부터 파업 중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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