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별난 벤츠 사랑'…E·S클래스, 본고장보다 더 팔린다

입력 2022-02-22 14:44   수정 2022-02-22 14:45


지난해에도 한국인의 메르세데스 벤츠 사랑은 여전했다. 고급차를 대표하는 벤츠 E클래스와 S클래스는 독일 본토에서보다도 국내에서 더 많이 팔렸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공급 차질에도 고급차 수요와 소득 수준 증가·안정화 등이 맞물린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 국가별 판매 순위(승용 기준)에서 한국 시장은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보다 3배 큰 일본 시장에서보다 많이 판매됐다. 한국 시장은 2017년 일본 시장을 제치고 5위에 올라선 뒤 5년 연속 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1위는 중국이 차지했고 미국 독일 영국 순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는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벤츠의 한국 시장 연간 판매량은 7만6152대(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로 집계됐다.

특히 최소 7000만원에서 2억원에 육박하는 E클래스와 S클래스는 본고장인 독일보다도 한국 시장에서 더 팔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8239억달러(한화 약 2180조2901억원)로 같은 기간 독일의 GDP 4조2302억달러(약 5056조7811억원)와 차이가 크다. 국민 소득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1인당 GDP도 독일이 5만788달러(약 6070만원)로 한국(3만5196달러·4207만원)을 훨씬 앞선다.

그럼에도 지난해 E클래스 세단 판매 대수로 한국은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집계에서 E클래스 롱바디 모델(중국 내수 전용 모델)을 판매하는 중국 시장은 빠졌다. E클래스는 2017년 상반기 판매량 기준 세계 3위에서 2018년 1위로 올라선 뒤 벤츠 한국 판매량을 이끌어 왔다.

작년 한 해 E클래스는 국내에서 총 2만6109대(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 팔렸다. 벤츠의 내수 판매량의 3대 중 1대꼴로 E클래스를 샀다는 얘기다.


가장 싼 모델 가격이 1억5000만원에 육박하는 S클래스 세단의 한국 시장 판매량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S클래스는 중국(1위)과 미국(2위)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국내 모델별 수입차 순위로는 E클래스, BWW 5시리즈, 아우디 A6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작년 한 해 국내 S클래스 판매량은 1만1131대(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 처음으로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약 10년 전인 2011년(2321대)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5배 늘었다.

국내 수입차 2위 브랜드 BMW에도 한국은 효자 시장 중 하나다. 한국은 전 세계 5위 시장으로 5시리즈와 7시리즈 등 고가 차량이 잘 팔리는 곳이다. 지난해 5시리즈 한국 판매 대수(1만8607대)는 중국(18만5072대) 미국(2만4523대) 독일(2만3794대) 다음으로 많았다. 2억원 안팎의 7시리즈는 중국(2만2054대)과 미국(7706대)에 이어 전 세계 3위(2623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고가 수입차가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이유는 소득 수준 향상뿐 아니라 대형·고급차에 대한 높은 선호도, 자동차를 사회적 신분과 연관 짓는 한국 사회 특징이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수입차 업체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전략적으로 비싼 풀옵션 차량만을 한국 시장에 내놓는 점도 고급차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독일에는 벤츠 S클래스 휠이 17인치 작은 것부터 알루미늄 휠이 아닌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업체들이 국내에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풀옵션 최고급차만 들여오는 경향이 있다. 달리 선택지가 없다 보니 비싼 차량 판매가 늘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2017년 1인당 GDP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구당 차량 소유 대수가 늘어난 점도 이같은 흐름을 부추겼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까지 더해져 판매량이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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