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리모델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산에선 두 번째로 조합설립 신청을 마친 단지가 나왔다. 분당에선 이르면 연내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리모델링 착공에 들어가는 단지가 나올 전망이다. 1기 신도시 아파트는 대부분 용적률이 200% 안팎이어서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분담금 규모와 재건축 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리모델링 확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일산에선 ‘문촌마을16단지 뉴삼익아파트’가 처음으로 조합설립 신청을 마치고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는 주민 동의율 약 73.5%를 채우고 지난달 26일 조합설립총회를 열었다. 기존 956가구에서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1099가구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유진 문촌16단지 조합장은 “이르면 다음달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 밖에 ‘강선12단지’ ‘장성2단지’ ‘후곡11·12단지’ 등도 연내 리모델링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11일 입법예고된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에 따르면 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하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선이 기존 250%에서 300%로 상향됐다.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용적률 300%가 적용되면 일산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의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분당 ‘무지개마을4단지’도 4~5월 이주 및 분담금 확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연 뒤 연말 혹은 내년 초 착공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존 563가구에서 리모델링 후 747가구로 184가구 증가한다.
그 밖에 안양 평촌신도시에선 ‘목련2단지’ ‘목련3단지’ 등이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군포 산본신도시에선 △7단지 우륵 △3단지 율곡 △13단지 개나리아파트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1990년대 초반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 안양 평촌, 부천 중동, 군포 산본 등에서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의 노후화가 점차 진행되면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1기 신도시는 중층 이상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에 달해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을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기존 용적률이 높으면 재건축 후 추가 용적률 확보를 통해 일반분양 가구수를 늘려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당 아파트의 평균 용적률은 184%다. 그 밖에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등이다.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도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다만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놓고 있는 점은 변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리모델링은 가구당 분담금이 많을 수 있다”며 “다음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내놓을 경우 1기 신도시에서도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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