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에 따르면 성인 네 명 중 한 명은 살아가면서 최소 한 번 이상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하지만 정신장애를 진단받은 사람 중 실제 치료를 받은 비율은 12.1%에 불과하다. 정신건강 상태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한 탓이다. 아토머스는 정신건강 치료 서비스의 진입 장벽을 낮출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 비대면 상담 플랫폼 ‘마인드카페’ 서비스 덕분이다.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는 22일 “익명 플랫폼에서 전화와 채팅으로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의 부담을 덜었다”고 설명했다. 마인드카페는 아토머스의 핵심 서비스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서 닉네임을 설정하면 익명으로 플랫폼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 수는 100만 명을 넘겼다.
김규태 대표는 “비슷한 난관에 봉착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로한다면 그 과정만으로도 심리상담 효과가 생길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등록 가능한 사연은 고민 사연, 응원 사연, 자유 사연 세 종류다. 고민 사연은 상담 전문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코너다. 상담 분야를 정해 사연을 올리면 전문가가 답변을 남긴다. 일반 유저도 응원 댓글을 달 수 있다.
아토머스는 2019년부터 ‘비대면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였다. 이용자는 전문가 찾기 기능에서 플랫폼에 등록된 전문 상담사 이력을 보고 상담사를 지정해 채팅·전화로 상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존 진료 체계에서는 상담 희망자가 상담사를 직접 선택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배정받곤 했다”며 “이용자가 누구에게 어떤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자세한 정보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휴 기업 재직자에게 ‘임직원 심리지원 프로그램’도 별도로 지원한다. 최초 제휴 기업은 네오위즈다. 현재는 네이버, NHN, 한진 등 120개가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서울시, 수원시 등 공공기관도 포함돼 있다. 김 대표는 “기업 고객을 받고 사업이 커지면서 2019년 대비 작년 비대면 상담 요청 건수가 20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UCLA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졸업 직후 아토머스를 창업했다. 유학 생활 당시 학업 스트레스가 심해 받은 교내 심리상담이 창업 아이디어가 됐다. 창업 초반에는 정부 지원으로 사업을 꾸렸다. 이후 네이버, GC녹십자홀딩스 등 대기업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달 초에는 마인드카페 플랫폼의 성장 속도와 의료바이오테크(정신 건강) 분야로의 확장성을 인정받아 200억원 이상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의 사업 키워드는 ‘인공지능(AI) 챗봇’과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다. 커뮤니티 사연에 댓글을 달아 전문 상담사를 보조하고 있는 AI 챗봇을 디지털 치료제로 발전시켜 쓰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디지털 소프트웨어나 의료기기의 이용 그 자체를 가리킨다. 정신의학계가 공인한 심리검사 결과지로 챗봇의 답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신건강 서비스 대중화가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종착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소현/김주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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