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중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이준석 대표에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한 조롱을 멈출 것을 요청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에게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을 멈출 것을 요청드린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대표님의 조롱이 아닌 조력"이라고 적었다.
윤 의원은 "이 대표가 당대표로서 대선을 앞두고 당내 화합에 힘쓰면서 민주당과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보름도 안 남은 대선의 현 여론조사 추세를 볼 때 정권교체의 대의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불투명하고 2%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정당의 목적은 정권 창출에 있고,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정권교체 달성의 가장 막중한 책임자"라며 "그러기 위해 국민의당을 배척할 게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동반자로서 먼저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지지층은 '반드시 단일화해야 한다'며 단일화를 갈구하고 있다"며 "거대 여당의 높은 장벽을 국민의힘이 뛰어넘을 마지막 키가 단일화라는 사실을 국민이 절감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우리 당은 국민의 힘을 각종 선거 등을 통해 절절히 깨달았기 때문에, 당명까지 '국민의힘'으로 바꾼 것"이라며 "그리고 국민 무서운 줄 아는 국민의힘의 초대 당대표가 바로 이 대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국민의힘이 지금의 마지막 고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고 최후의 표를 결정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우리 당이 국민에게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의 조력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SNS에 "안철수, 윤석열 향해 '단일화 겁나서 도망쳤다'…尹이 포기하면 내가 정권교체"라는 제목의 보도를 공유하면서 "댓글로 ㄹㅇㅋㅋ 네 글자만 치세요"라고 적었다.
'ㄹㅇㅋㅋ'는 리얼(real)과 웃음을 뜻하는 ㅋㅋ를 합친 말로,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의 비논리적인 주장을 조롱할 때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안 후보의 발언을 납득할 수 없다며 조롱한 셈이 된다.
평소 이 대표를 치켜세우곤 했던 홍준표 의원도 이번에는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지지자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한 지지자가 "매일 계속되는 상대방 조롱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대다수의 2030 세대는 그의 조롱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이 대표를 비판하자, "(조롱이) 좀 심한 거 같지요?"라는 글을 남겼다.
국민의당 역시 강력히 반발했다.
윤영희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낙선운동 삼매경 중인 조롱의힘 이준석 대표'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저급한 정치 행태가 대한민국 정치 품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 대표의 선전이 거듭될수록 윤석열 후보의 낙선은 예견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엘리트 보수를 자처하던 국민의힘에는 더 이상 일말의 품격도 없다"며 "당의 얼굴인 대표부터 정책본부장(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인터넷 커뮤니티만 보고 SNS에서 킥킥대는 모습이 가관이다. 차라리 '조롱의힘'으로 개명하길 추천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이 대표가 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비공식 선대위원장으로 임명받은 건 아닌지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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