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상반기 안으로 경북 영주 등에 공동점포를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당초 영주에서만 시범 운영하기로 논의됐지만 사업 범위를 넓혀 2~3곳을 추가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점 규모와 내부 배치 등 막바지 검토 중”이라며 “지점이 없고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에 추가 점포를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점포가 논의되기 시작한 건 작년 10월이다. 당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인구가 적은 지방 지점을 공동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은행 공동점포 시범 운영 검토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이 공동점포 운영에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치지 않자 작년 말부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공동점포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민은행 측이 신한은행에 공동점포 운영 방안을 전달했고, 신한은행이 공동점포를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 공동점포는 영국 등 해외엔 더러 있지만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은행이 지점을 철수했을 때 소비자들의 불편이 수도권에 비해 더욱 크다는 공감대가 양측에 형성됐다. 노년층 등 금융 취약계층 비율이 수도권이나 광역시에 비해 높은 데다 원래 점포가 적어 고객이 은행 업무를 보려면 먼 거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영주시의 경우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시 전체에서 지점을 하나씩 운영하고 있다. 반면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8.6%로 한국 전체 평균(17.1%)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만 70세 이상 고령층의 현금 이용 비중은 68.8%로 평균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으며, 현금을 인출하려고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비중도 53.8%로 평균(25.3%)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 은행 지점이 사라지면 현금 인출 등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보더라도 다른 시·군·구로 넘어가야 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나오지 않더라도 오프라인 채널을 유지해야 하지 않느냐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점 폐쇄’는 정치권과 지역 주민에게도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은행 지점이 급격히 줄다 보니 지역 주민의 불편도 커지고 있어서다. 아직 앱을 통한 비대면 금융에 익숙지 않은 금융소비자도 많다. 특히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은 평소 근처에 다니던 은행 지점이 폐쇄되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소외된 계층 없이 누구나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은행이 수익성만 고려하다 보니 앞장서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점이 많은 서울에서도 지점 폐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이 장위동 지점으로 통폐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했다. 당시 주민대책위는 주민들의 서명을 모아 “고령자의 금융 접근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다.
국민은행도 올해 초 전남 목표 지점을 없애고 인근 지점으로 통합할 계획을 세웠다가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의 반발에 출장소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방침을 바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공동점포 운영을 통해 지점을 유지하면서 금융소비자가 여러 은행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건물 안에서 여러 은행의 업무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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