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한국은행의 위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더 머니이스트-홍기훈의 슬기로운 금융생활]

입력 2022-03-07 06:56   수정 2022-03-07 14:18


한국은행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역할이 변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3월26일 외환위기 도래 가능성을 예상합니다. 이에 청와대와 재정경제원에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외화를 긴급차입하는 비상대책을 강구할 것을 건의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외환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실패합니다. 결국 1997년 12월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에서 총 5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됩니다. 구제금융과 동반해 민영화를 수반한 경제 전반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경제 전반의 변화에 발맞추어 당해 12월31일 한국은행의 역할을 선진국들의 중앙은행 역할과 발맞추도록 한국은행법이 개정됩니다. 1997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국은행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립기관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1990년대까지 행정부(기획재정부)는 한국은행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97년까지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관련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핵심조직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위원장이 재무부 장관이다는 것만 봐도 한국은행에 대한 행정부의 개입 정도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1997년 개정으로 금융통화위원회의 위원장은 한국은행 총재가 겸임하게 됩니다. 또 통화신용정책이 신설되어 한국은행은 매년 정부와 협의해 물가 안정 목표를 정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포함하는 통화신용정책 운영계획을 수립 및 공표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됩니다.

더불어 정부·국회와의 관계도 신설됩니다. 한국은행은 연 1회 이상 통화신용정책 수행 상황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고, 총재는 국회 또는 그 위원회의 요구가 있는 경우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게 됩니다.

법 개정으로 인해 한국은행은 정부·국회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됩니다. 1997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립된 기관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경제체제를 완전히 바꾸어 버린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국은행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경제 위기를 기점으로 한국은행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홍기훈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 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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