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준금리를 1.25%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인상한 뒤 동결한 것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만큼, 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보자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이라든가 하는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나타난다"며 "기준금리 조정을 한 번, 두 번 가지고는 이러한 효과를 파악하기 상당히 힘든데, 지난해 8월부터 세 차례 올렸기 때문에 이제는 금리인상의 효과를 어느 정도 한번 계측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높였던 가계부채와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7000억원 감소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대출 규제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집값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은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여파로 일일 확진자 수가 17만명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민간소비는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5% 늘었다. 같은 기간 취업자수도 전년 동월대비 113만5000명이 늘어난 2695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상황에 비하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 1.5%가 되더라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금통위원 역시 6명 중 3명이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3%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3.2%로 3%대를 넘어선 이후 11월(3.2%), 12월(3.7%), 올해 1월(3.6%) 등으로 올라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5%, 근원물가 상승률은 1.8%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은은 글로벌 공급병목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3%대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차에 따른 정책효과 점검 필요성이 얼마나 큰지,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원들의 스탠스는 유지되고 있는지, 미국 통화정책 관련 한은의 기조 변화 여부 등에 주목해야 한다"며 "주상영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정책 효과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총재가 이 내용을 얼마나 심도있게 다루는 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를 유지했지만, 물가전망치는 3.1%로 대폭 높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은 이미 1월 금통위에서 반영됐으며,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은 상당 부분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한다"며 "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가 급등하면서 사실상 기준금리가 한 두차례 더 인상된 효과가 있는 만큼, 시차를 두고 연내 공격적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조기긴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우려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성수 연구원은 "먼저 기준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기존 입장이었지만, 미국의 정책 정상화 의지가 강화됐다"며 "'여유'와 관련한 통화당국 입장은 일부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올 연말 기준금리가 2.00%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말 예상되는 한은 기준금리는 높아진 국내외 물가상승률과 잠재성장을 웃도는 경제성장을 고려해 1.75%에서 2.00%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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