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4일 18: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최대 4조원 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등 4곳을 적격투자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칼라일그룹, KKR,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4곳을 투자 유치 적격투자후보로 선정해 통보했다. 지난 7일 실시된 예비입찰에는 이들 외에도 블랙스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 8곳이 참여했다. SK온의 투자 유치 규모는 3~4조원 규모 수준이다. 예비 투자자들은 앞으로 한달여간 상세 실사를 거친 뒤 4월께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실무 작업은 도이치 증권과 JP모건이 맡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칼라일과 KKR이 꼽힌다. 이들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오랜간 여러 건의 조단위 거래를 추진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SK온이 투자 유치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자문사를 선정해 적극적으로 실사에 참여했다. 특히 KKR의 경우 지난해 SK그룹의 도시가스 자회사인 SK E&S가 발행한 2조4000억원 규모의 우선주 투자에도 참여해 SK그룹과 친분이 두텁다. GIC과 블랙록도 적극적이다. 두 곳 모두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것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국내 기업 투자처를 물색하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GIC는 최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해외 청약에도 조단위 규모로 참여해 국내 배터리 업체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블랙록의 경우엔 국내 기업 투자를 검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두 곳 모두 국내 시장에서 조단위 규모의 딜을 추진해본 경험이 없어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투자의 관건은 SK온의 몸값과 투자 조건에 달려있다. 회사 측은 보통주 투자를 제시했는데, 일부 후보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다양한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도 회사 측은 35조원 수준을 희망하고 있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25~30조원 수준이 적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예비입찰 이후 참여 후보들에 밸류에이션 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SK온 투자유치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건이 회사에 유리하지 않아 앞으로 협상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배터리 업계의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시장 전망과 SK온의 가치를 낙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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