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2조8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세에 코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지난 23일까지 15.2% 미끄러졌다. MSCI 글로벌 지수가 이 기간 9.1% 하락한 걸 감안하면 낙폭이 두드러진다. MSCI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는 이 기간 각각 10.0%, 2.0% 떨어졌다. 전운이 감도는 러시아(-19.4%)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최하위 수준인 셈이다. 금리 인상기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이 조정을 겪는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중국 선전종합지수(-8.8%)보다 하락폭이 크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부진의 원인으로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10년(2011~2020년 각 4분기)과 비교했을 때 작년 4분기 어닝쇼크 비율은 오히려 예년보다 낮았다. NH투자증권이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와 실제 영업이익 간 괴리율을 계산한 결과다. 올해 코스닥 영업이익 전망치도 14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코스닥 전체의 저평가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의 부진은 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중심으로 도덕적 해이 관련 여러 악재가 나타난 영향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된 분위기 속에서 경영진 및 기업의 부정과 관련된 이슈는 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주당 배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기업으로는 LX세미콘이 있다. 2020년 기준 1350원(시가배당률 2.5%)을 배당한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5400원(시가배당률 3.4%)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LX세미콘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다. 반도체 공급 부족의 혜택을 받으면서 2020년 94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696억원으로 급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3918억원이다. 이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85배에 불과하다.
아프리카TV(2020년 650원→2021년 730원), 티씨케이(1100원→1430원), 하나머티리얼즈(300원→600원), 고영(110원→120원) 등은 시가배당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지난해 호실적에 힘입어 주주 배당을 소폭 늘렸고, 내년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다.
고재연/구은서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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