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지연에…8개월째 새주인 못 맞는 KDB생명

입력 2022-02-24 17:26   수정 2022-02-25 01:36

산업은행이 2020년 12월 KDB생명을 사모펀드 JC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은 지 1년 넘게 새 주인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8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법정 심사기한(60일)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금융당국은 JC파트너스의 경영 능력과 자본조달 역량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처럼 되면 어쩌나…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인수를 위해 지난해 6월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 심사를 신청한 이후 8개월여(253일)가 지났다. 표면적인 소요 일수만 보면 법정 심사기한을 4배 이상 넘겼다.

금융당국은 심사 지연 사유에 대해 “JC파트너스가 2020년 4월 인수한 MG손해보험이 당초 제출한 자본 확충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지난 1월 경영개선명령을 받았다”며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자격에 미달할 우려가 있어 지난해 9월부터 추가 자료 보완을 요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자료 제출을 위한 기간은 심사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 측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한 뒤 회사 자금 등을 활용해 ‘MG손보 살리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JC파트너스는 지난해 리더스기술투자로부터 300억원을 유치해 증자하겠다고 밝혔으나 240억원만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JC파트너스는 다음달 2일까지 금융당국에 추가적인 경영개선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JC파트너스는 이달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리치앤코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7년까지 적자였던 이 회사는 2018년 흑자 전환한 후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792억원) 대비 5분의 1 수준인 16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188.76%로 전년 동기 대비 13.37%포인트 감소했다. 여기에다 KDB생명의 주요 주주 중 하나인 칸서스자산운용이 지난달 법원에 주식매매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만약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JC파트너스의 KDB생명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뭐든 조속한 결론 내려줘야”
일각에서는 대주주 적격 심사 기한 규정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대주주 적격 심사가 신청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기한을 넘긴 사례는 KDB생명이 유일하다. 그러나 실제 승인까지의 소요 기간은 이보다 훨씬 길어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자료 제출 기간 등을 심사 일수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이 ‘보완’을 요구할 경우 사실상 무기한 보류도 가능해서다.

심사 소요 기간이 12일로 기록된 롯데손해보험(JKL파트너스 인수)도 실제로는 64일이 걸렸고 MG손보 역시 심사 신청일로부터 승인까지 125일이 소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대주주에 대해 의심하는 부분도 이해는 하지만, 어느 쪽이든 빠르게 결론을 내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산업은행 입장에서 어렵게 매각에 성공했는데 시간을 끌면 끌수록 회사 경영난은 가중되고 새 주인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정소람/이호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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