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예단 말고 본질에 집중할 때

입력 2022-02-25 17:18   수정 2022-02-2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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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네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은 많은 투자자를 당황하게 했다. 설마설마했는데 그야말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다.

전업투자자 A씨도 그들 중 하나다. A씨는 러시아 침공 전날까지만 해도 “주식쟁이 입장에선 마무리 국면 같다”고 판단했다. 정치외교 문제라는 게 쉽게 판단하긴 어렵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는 시장에 충격을 줄 변수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도 “마무리 국면이라는 게 갈등 상태가 끝나간다는 의미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주식시장 측면에서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말싸움이 계속될 수 있겠지만 시장엔 이번 사태가 이미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에도 이런 종류의 사건은 단기 악재로 끝난 사례가 많았고, 상식적으로 따져볼 때 남의 땅에서 피 흘리며 진짜 전쟁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진단과 달리 극한의 충돌이 발생하면 그것을 기회로 삼으려는 투자자도 있었다. 그들은 사태 악화에 베팅해 지난 24일 시장에선 승자가 됐다.

이에 대해 펀드매니저 B씨는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을 예측해 베팅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겉으론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물밑에선 치열한 외교적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데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사실만으로 예측하고 판단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을 예측하고 쇼트에 베팅해 수익을 봤더라도 계속해서 사태의 진행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우연이 연속될 것으로 믿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무의미한, 불가능한 예측에 헛힘을 쓰지 말아야 한다”며 “시장 상황의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일까. 우선 현 상황부터 판단해야 한다.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 전쟁 우려까지 더해져 모든 게 불확실해 보이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팔고 보자’가 현명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B씨는 “최근 한두 달은 금융위기 수준에 비견할 만한 낙폭이 나타났고 그로 인해 반등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이 그동안 워낙 충격을 많이 받아 주저앉은 상태여서 사소한 계기만 주어져도 위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적잖은 투자자가 그런 반등의 계기를 노리고 있다. 어느 순간에 불확실성이 걷혔다면서 일제히 달려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약세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베어마켓 랠리가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분위기에 휩쓸리면 다시 한번 단기 고점을 붙잡게 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요약하면 현 상황은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동시에 반등의 가능성도 큰 국면이다. B씨는 이런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본질은 금리 상승기라는 투자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작년과 2020년 저금리 시기엔 말 그대로 ‘개나 소나’ 모두 올랐다. 그중에서도 성장주, 더 정확하게는 성장 기대가 있는 종목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성장 기대주들이 힘을 잃었고, 최근 조정 상황에선 개나 소나 가릴 것 없이 다 빠졌다.

금리 상승기엔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전가하면서, 정말로 성장하는 주식을 사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억울하게’ 빠진 종목 중에서 금리 상승 이상의 실적을 내는 종목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일단 팔고 보자’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안목으로 대응해야 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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