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부쩍 많아진 요즘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에게 좋은 기회이며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더 나아지는 것 같아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무적인 일입니다. 또 예전과 달리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VC)을 선택하는 비율도 높아졌습니다. VC 투자 의지도 높아졌고 기술력과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이 더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희는 12년차 스타트업 아임웹입니다. 고객이 셀프서브(Self-Serve) 방식으로 웹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누적 거래액이 1조7000억원을 넘어섰고, 6만여 고객사가 이용하고 계십니다.
2년여 전 부터 아임웹 서비스의 가능성을 알아본 여러 VC로부터 러브콜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환경적인 변화 탓인지 저희도 VC를 선택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고, 결국 작년 알토스벤처스(이하 알토스)로부터 1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습니다. 창업 11년만의 첫 투자 유치였습니다.
지금이야 투자유치를 하면 어떤 게 좋고 나쁜지 명확히 알고 있지만 창업 후 10년 동안 투자유치 자체에 관심도 없었고 무지해 특별히 VC들과 네트워킹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사업 실적이 나쁘지 않아 자금 면에서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VC를 선택할 때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본 건 재무적인 면보다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였습니다. 투자 받은 이력도 없고, 다른 회사와 교류도 적다보니 일하는 방식과 체계 등 여러가지로 내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VC들이 재무적인 측면이나 시장성, 구성원들을 눈여겨봅니다. 그런데 알토스는 거기에 더해 저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여러 측면의 데이터도 확인하고 싶어했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한지부터 자세하게 저희 회사를 파악하고 조언도 건넸습니다. 아직 투자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죠. 시장에 대한 전략이나 방향성에 대해 IR 도중 토론하는 시간도 뜻깊었습니다. 그래서 알토스를 선택했습니다.
알토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후 가장 먼저 도움받은 분야는 채용 부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IT 서비스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개발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저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 때 어떻게 해야 좋은 분을 모실 수 있고 검증할 수 있는지, 현재 가장 필요한 역할은 무엇인지 등 전반적으로 조언받고, 좋은 인재들까지 소개받았습니다. 그 결과 구글 엔지니어 출신 CTO를 모실 수 있었고, 골드만삭스 IB 출신 전략 담당자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IT 기업 출신 인재들을 단기간 내에 모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직접적인 도움 외에도 '알토스로부터 투자받은 회사'라는 타이틀 덕분에 지원자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덕도 누리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다보면 조직 규모와 형태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런 변화 속에 흔들리지 않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박희은 알토스 파트너와 매월 정기적으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서비스 전략, 인사 관리, 국내시장 전략, 해외시장 진출, 마케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합니다. 이 과정에서 박희은 파트너님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하고 때론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을 연결시켜 주기도 합니다.
저의 DNA를 닮았는지 아임웹은 원래 샤이(shy)한 조직이라 대외적으로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알토스의 추천과 소개로 각종 매체 인터뷰나 온라인 세미나와 같은 다양한 외부 활동에 참여하고 있죠. 동종업계 대표님들이나 조언해주실 분, 업계 정보를 공유해 주실 분들과의 만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알토스가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하는 입장이라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성패는 저희의 고객인 판매자나 창업자 분들에게 얼마나 집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고객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제품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때론 알토스가 아직 아임웹 고객이 아닌 쇼핑몰 사장님들과도 연결시켜주셔서 현장이 필요로 하는 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느끼게끔 해주기도 합니다. 알토스의 네트워크가 대단하단 걸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쩌면 여러가지로 너무 개입하고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도 알토스에서 투자받으면 챌린지나 개입이 많을 것으로 걱정하긴 했습니다. 그것이 아주 없진 않지만 결국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습니다. 알토스는 투자한 회사들이 THETHETHE (더더더) 성장하길 원합니다. 아임웹의 가능성과 시장의 업사이드를 보고 투자한 것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저희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성장에 집중하라고 할 정도로 기다릴 줄 아는 투자사입니다. 아마 저희뿐 아니라 다른 알토스 포트폴리오사들에게도 비슷한 입장일 것이고 이 점이 아임웹과 창업자들에게 선택받는 가장 큰 이유라 생각됩니다.
저희의 도전을 응원하고 물심양면 도움을 주고 있는 알토스가 있어 든든하고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알토스는 단기적으로만 바라봤던 제 시야의 범위를 넓혀준 투자사이기도 합니다. 성장으로 보답하고 성장으로 증명해낼 것입니다.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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