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는 감정원 판정이 나온 이날 오전 10시 해당 제품을 제외한 에센셜 제품의 판매를 재개했다. 이날 크림을 겨냥해 올린 공지사항에선 “중개업체의 자의적 기준에 따른 검수는 공신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에센셜 티셔츠는 생산·유통 과정에 따라 제품별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크림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에센셜 티셔츠는 발매 시즌별로 내부 봉제 방식의 차이가 있으나 동일 시즌 내 라벨과 봉제 형태는 같다는 주장이었다. 크림 측은 “에센셜 제품 검수 건수만 8만 건이 넘고, 중국 중개 플랫폼 NICE, 일본 중개 플랫폼 ‘스니키 덩커’에도 의뢰해 가품 판정을 받았다”며 “무신사가 판매한 티셔츠는 가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무신사와 크림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명품 사업에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며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신사는 이미 크림 측에 “에센셜 티셔츠가 가품이라는 크림의 공지사항을 지우라”며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본격적인 법적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명품과 리셀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6% 성장한 1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명품을 되파는 리셀 시장은 2조원을 넘어섰다.
이번 사건에 명품·리셀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는 만큼 양측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가품을 팔았다’며 물러서는 순간 명품 사업에 치명타가 되고, 마찬가지로 크림이 물러서는 순간 리셀 플랫폼의 진·가품 검증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므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는 가품 논란이 온라인 플랫폼 전반으로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 등 명품 온라인 플랫폼도 짝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패션 브랜드에서 상품을 직접 제공받지 않고 제3자가 제품을 들여오는 ‘병행수입’ 방법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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