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유가 폭등 틈타 美석유사 "시추 더 늘려야"

입력 2022-02-27 18:12   수정 2022-02-28 00:5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미국 석유 기업들이 화석연료 규제를 풀고 새로운 시추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석유협회(AP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이용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은 물론 동맹 유럽 국가를 돕기 위해서라도 미 당국은 규제를 풀고 추가 시추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I는 미국의 대표 석유기업인 엑슨모빌, 셰브런 등이 소속된 이익단체다.

일부 공화당 의원도 이에 동참하면서 API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리사 머코프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가 원유 생산을 허용하지 않으면 미국에 해로운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서머스 API 회장도 “우리는 풍부한 원유 공급 능력을 불필요하게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분간 고유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석유 기업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석유 기업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으로 석유 시추 부담금이 인상되는 등 규제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미국은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기 대비 7.5%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가격은 27%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통제하지 못해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을 장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고유가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석유 기업들에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2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유가 상승 우려에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안을 내놓으면서도 에너지 부문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이라며 “에너지 분야에 제재를 가할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배를 불리는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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