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7일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공개적으로 치고받았다. 윤 후보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전권을 쥔 실무자들이 합의한 단일화 협상안을 (안 후보 측이) 특별한 이유 없이 결렬시켰다”며 무산 책임을 안 후보 측에 돌렸다. 안 후보는 전남 여수 유세 도중 기자들에게 “(윤 후보 측 입장이 과거와) 다를 바 없어 고려할 가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가 “흉금 없는 대화를 기다린다”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단일화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선 “사전투표일(3월 4일) 전날까지는 단일화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며 “앞으로 4~5일 여론의 흐름이 협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양당의 내밀한 협상 내용을 윤 후보가 공개한 것은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을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지난 20일간의 협상 내용 등을 담은 A4 용지 5장 분량의 협상 경과도 배포했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는 “지금이라도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신다면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겠다”고 했다. 신 교수는 “단일화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본인은 한껏 낮췄다”며 “통상 피해자에게 우호적인 유권자들의 심리를 감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 측 반응은 싸늘했다. 우선 이번 만남은 전권을 위임받고 한 협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태규 본부장은 “전권 협상 대리인이 아니라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단일화 계획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자신들의 변명과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까발렸다”고 비판했다.
협상 내용을 둘러싸고도 양측 설명이 달랐다. 핵심 안건인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에 대해 윤 후보는 “대리인들 사이 협의 과정에 한 번도 나온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없었다고 하는 건 상대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꼬았다.
정치권은 사전투표일인 다음달 4일 이전 타결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 이후 단일화가 성사되면 무효표로 인해 단일화 시너지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투표 전날까지 (단일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며 더욱 적극적이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양측 간 불신이 커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안 후보는 이날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하면 (단일화에) 여지가 있나’라는 질문에 “‘시한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고 답했다. 그동안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에 대해선 입장을 열어놨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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