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 듯 탄도미사일 쏜 北…또 '도발' 규탄 안한 정부

입력 2022-02-27 18:03   수정 2022-02-28 01:13

북한이 27일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올 들어서만 여덟 번째다. 군에 탐지된 비행거리와 고도 등으로 봤을 때 5년 만에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발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한국 대선 국면 한복판에서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협상력을 키우려 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52분께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00㎞, 고도는 약 620㎞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이후 28일 만이다. 올해만 여덟 번째로 최단기간 최다 발사에 해당한다.

이날 미사일은 사거리 1000~2500㎞의 MRBM으로 추정된다. 미사일은 비행거리가 약 300㎞로 비교적 짧고 고도가 600㎞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북한이 정상 각도가 아닌 ‘고각’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2017년 2월 MRBM ‘북극성-2형’을 처음 발사했을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에 “거의 수직인 89도로 쐈고 550㎞까지 올라갔다”며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사거리는 2000㎞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난달 화성-12형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검수 사격’ 차원에서 북극성-2형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수 사격은 실전 배치를 앞둔 무기를 무작위로 골라 하는 시험발사를 뜻한다.

정부는 이번에도 ‘규탄’이나 ‘도발’이란 표현 없이 “엄중한 유감”이라고만 밝혔다. 정부는 오전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세계와 지역과 한반도 평화 안정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통화하고 깊은 우려와 유감을 나타냈다.

이날 미사일 발사는 우크라이나 사태 한복판, 그리고 대선을 열흘 앞두고 이뤄졌다. 북한은 과거에 주로 대선 직후나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도발했다. 한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도발한 건 18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18대 대선은 김정은 집권 후 치러진 첫 한국 대선으로, 당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해 우리 대선 와중에 북한 이슈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 북한이 무력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6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합법적인 안전상 요구를 무시하고 세계 패권과 군사적 우위만 추구하면서 일방적인 제재 압박에만 매달려온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그 근원이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일상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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