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내 첫 사회생활, 커리어 패스 시발점이 생겼다. 이 체험형 인턴이 끝나고 이듬해 다른 분야에서도 일해보고 싶어 커머스에서 3개월 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그리고 이어 인턴사원으로 들어 간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1년에 n개월씩만 일하며 3년간 반백수 혹은 그냥 장기 백수 생활을 했다. 백수 첫 해에는 2월에 졸업하고, 6월에 시작한 인턴이 11월에 끝났는데 ‘한 달이면 취업하겠지’, ‘졸업한 해에 취업하는 거면 나쁘지 않다’는 위안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6개월을 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열심히 살지 않았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3년의 기간 동안 지원한 회사 42개, 서류합격 6개, 최종 합격 3곳이 끝이다. 최종 합격 중 정규직 채용은 한 번도 없다. 그 와중에 철칙은 또 있어서 정말 가고 싶은 회사나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지원하지 않았다.
첫 인턴이 끝난 후 무료 취업 컨설팅을 받은 적 있는데 상담사가 하루에 몇 군데에 지원하느냐고 물었다. 난 그런 게 정해져 있어야 하냐고 답했다. 일주일에 최소 10개 공고에는 지원해야 한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셔서 알았다고 했다. 가고 싶은 회사+원하는 직무 공고 10개를 일주일 안에 찾고 지원서까지 쓰는 게 가능한 건지 고민하며 돌아왔다. 이렇게 취업을 위해 무조건 많이 지원하는 것 vs 정말 하고 싶은 지원만 하는 것 중 정답은 없다. 본인 성향과 현재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한 뒤 나온 결론에 따르면 된다.
백수 시절 들었던 말 중에 인상적인 말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걸’ 하면서 과거의 결정을 후회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거의 내가 그 당시에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을 택한 것이니 곱씹으면서 후회할 필요 없다는 것.
나의 스몰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면(빅데이터 아님 주의) 앞서 말한 정말 하고 싶은 지원만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스토리와 강점이 있으면 좋다. 면접관에게 ‘왜 이렇게 공백기가 많아요?’라는 질문을 받아도 대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모두 각자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특별한 나를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면 분명 뭐라도 되긴 된다. 상투적이고 지겹다고? 결국 ‘꼰대’였다며 창을 닫으려 했다면 이것까지만 읽어 달라. 당신이 가진 특별함은 항상 엄청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니 탐색을 포기하지 말자.
이 탐색 과정은 주로 마케팅 영역에서 이뤄지는 브랜딩 작업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브랜딩 활동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반응과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의 핵심 가치나 차별화된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여기서 나온 결론을 어떻게 잘 보여줄 건지 수 없이 테스트한다. 그리고 이 시도가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쌓이고 있는 반응을 발견하는 것이다. 취업 시장 혹은 직업의 세계 안에서 나의 특별함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말 소박한 부분일지언정 살피고 확장시켜 어떤 형태이든 결과로 만들어내 반응을 확인하느냐 마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백윤희 씨는 제품, 사람, 문화에 서사 만들어 붙이기를 좋아하는 직장인이다. [2호선 수필집]은 2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며 만나고 느낀 것들의 잔상이다. 그렇다고 2호선을 좋아하지는 않으며 극세사 이불에 누워있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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