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사평가를 한다. 인사평가의 결과는 근로자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 승진, 직위해제, 해고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쓰인다. 즉, 사용자는 근로자들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관리를 위해 활용한다.
그런데 최근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인사평가의 정당성 평가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인사평가가 해고 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법원이 인사평가의 정당성에 대해 심리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사평가의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그러한 불이익 처우의 정당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처우의 근거가 되는 인사평가의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을 선행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노동분쟁에서 인사평가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 법원은 개별적인 사례에서 인사평가의 적법성을 판단하기는 하지만 그 판단의 기준에 관한 명확한 일반법리를 아직 정립하고 있지는 않으나,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판례는 기본적으로 인사평가는 평가자의 재량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상당수의 판결들이 인사평가는 그 평가항목의 구성이라든지, 몇 점의 평점을 부여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평가자인 사용자가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는 해당 근로자를 상대로 한 전인격적, 복합적인 평가로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것이다”, “근로자에 대한 인사평가는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사용자에게는 그 인사평가의 방법 등을 결정하는 데에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있다”, “근무평정의 방법이나 내용에 있어서는 평정 시행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있다” 등으로 판시하고 있다.
둘째, 인사평가에 정성적인 요소가 포함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인사평가는 정량적인 요소와 정성적인 요소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소송과정에서 근로자들은 정성평가가 평가요소로 포함되어 있는 점, 정성평가가 부당하게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판례는 인사평가에 정성적인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사평가의 본질상 정성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쉽사리 자의적이라거나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평가에는 수치로 계량되는 객관적인 실적 뿐만 아니라 기업조직에의 융화 정도 등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일부 평가 항목에 관하여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상급자의 주관적인 평가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근무평정기준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등으로 판시하고 있다.
셋째, 판례는 다양한 평가항목과 많은 수의 평가자가 평가를 하는 경우에는 인사평가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세분화된 심사기준을 마련하여 평가를 계량화, 점수화하고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여러 평가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인사평가가 합리성·공정성을 상실한 경우에는 부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위와 같이 판례는 인사평가는 사용자의 재량의 영역이라고 보면서도, 인사평가가 합리성·공정성을 상실한 경우에는 부당한 것으로 보고, 그 인사평가를 기초로 이루어진 인사처분도 부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인사고과제도의 목적과 성질 등에 비추어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무실적이나 업무능력 등을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그것이 불순한 동기로 남용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므로, 만일 이러한 기준에 위배되어 사용자의 인사고과가 이루어진다면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사법상 구제절차가 요구되고 그 인사고과평가 결과 또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인사평가의 정당성이 문제되는 경우 그 정당성 여부를 어떻게 심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례가 그 입장을 밝힌 바가 없다. 그런데 판례가 인사평가를 사용자의 재량으로 보는 이상 그 심리는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평가는 인사평가를 기초로 이루어지는 인사처분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 평가의 엄격성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인사평가 결과를 기초로 이루어지는 인사처분의 대표적인 예로는 저성과자 해고, 경영상 해고,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거절, 시용근로자의 본채용 거부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근로계약 만료라는 공통점을 가진 위와 같은 4개의 사안에 있어서도 인사평가의 정당성에 대한 심사는 그 정도를 달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저성과자 해고의 전제로 사용된 인사평가의 정당성은 경영상 해고에 있어서 해고대상자 선정의 도구로 사용되는 인사평가의 정당성보다 엄격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경영상 해고를 할 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회피노력이 인정된다면 해고대상자 선정의 문제는 해고를 하되 누구를 해고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 반면, 저성과자 해고에서의 인사평가의 문제는 인사평가가 공정하지 못한 경우 발생하지 않을 해고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시용근로자 본채용 거부나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거절의 경우 본래적 의미의 해고가 아니라서 그 평가적 개념으로 “정당한 이유”가 아닌 완화된 기준인 “합리적 이유”가 사용된다. 이러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인사평가의 정당성은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기 위한 인사평가의 정당성보다는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사평가가 사용자의 재량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인사평가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는 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사평가의 자료를 사용자가 주로 보유하고 있어 증거의 구조적 편재문제가 있을 수는 있으므로, 소송과정에서는 문서제출명령 등으로 통해 근로자의 증명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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